‘말폭탄’으로 시작된 북한과 미국의 긴장 고조 행위가 끝간 데 없이 이어진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군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4발을 동시 발사해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전날 전략군 대변인 성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이 직접 나서서 시기(8월 중순), 미사일 비행경로와 탄착지점(괌 수역 30~40㎞)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위협 수위를 더욱 높였다.
북한이 실제로 괌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북한의 행동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북한도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최고조로 고조시키기 위해 군사적 충돌 직전 수준까지 위기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만에 하나 실제로 괌 해상을 향해 미사일을 쏘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북한은 ‘이 정도까지는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솔한 행동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에서 시작됐지만, 단초는 북한이 제공했다. 계속된 미사일 실험과 미 본토를 겨냥한 핵 위협이 긴장을 고조시켜온 것이다. 북한은 미국을 압박한 뒤 중국 등 주변국의 개입을 끌어내, 대북 제재 국면을 돌파하고 핵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게 뜻대로 그리 흘러가줄지는 알 수 없다.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도 워낙 자주 겪은 탓에 이젠 누구나 그 의도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에 대해 “한반도 긴장고조 행위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동시에, “대북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외교적 노력도 적극 전개하겠다”고 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문제는 방법론이다. 과거에도 위기 직후에 갑작스런 대화 국면이 펼쳐지곤 했다. 정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다시 한 번 다잡고, 미국·북한 등 관련국 모두를 대화 국면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