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적 청산 요구에 친박계 인사들이 결사항전으로 맞서면서 새누리당의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친박계의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2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인 위원장이 애초 인적 청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가 말바꾸기를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3일 친박 핵심 인사들을 “암 덩어리”에 비유하며 거듭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의 ‘막장 드라마’는 한마디로 한심하다는 말밖에 할 게 없다. 이미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세력이 모여서 “고장 난 보수의 열차를 다시 달리게 하자”고 외치는 것부터 한편의 코미디다. 친박 핵심 인사들이 순순히 탈당할 리도 만무하지만, 설사 탈당한다고 해도 새누리당이 다시 살아날 길은 없다. ‘고장 난 보수의 열차’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미 오래전에 폐기장에 보냈어야 할 고철 덩어리를 놓고 자기네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이 참으로 역겹고 어이없다.
친박계의 끝없는 탐욕과 집착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나라를 망친 일등공신인 친박 세력들은 탈당이 아니라 정계 은퇴를 해도 시원치 않은 형편이다. 게다가 그들이 보여온 조폭 수준의 행태를 떠올리면, ‘보스’가 탄핵당하게 된 상황에서 ‘의리’ 차원에서라도 함께 물러나야 옳다. 그런데도 악착같이 살아남겠다고 발버둥 치고 있으니 비겁하기 짝이 없다.
인명진 위원장의 행태도 별로 칭찬받을 형편이 못 된다. 이미 수명이 다한 정당을 되살리겠다며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인적 청산에 대한 말바꾸기 의혹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서청원 의원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인적 청산을 하지 않겠다는 감언이설로 비대위원장 감투를 차지한 뒤 뒤통수를 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광장의 촛불이 ‘박근혜 탄핵’ 다음으로 소리 높이 외친 것은 ‘새누리당 해체’였다. 그것이 바로 민심이고 역사의 필연이다. 요행과 꼼수로 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착각과 망상이다. 그러니 무의미한 진흙탕 싸움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하루빨리 해체의 길을 밟는 것이 옳다. 새누리당이 추악한 싸움을 계속할수록 ‘마지막 모습’만 더욱 지저분해질 뿐이다.
[한겨레 사설] ‘진흙탕 싸움’ 대신 ‘해체’해야 할 새누리당
- 수정 2017-01-03 17:55
- 등록 2017-01-03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