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현 주중 대사)이 박근혜 대통령의 위치를 알지 못해 서면보고를 본관과 관저 두 군데로 동시에 했다는 사실이 14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공개됐다. 박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에 잘 나오지 않고 관저에 주로 머물렀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수백명의 국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조차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를 몰라 여러 곳에 동시 서면보고를 했다는 얘기엔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무슨 미궁도 아닌데, 위기 상황에서 참모들이 대통령 소재를 알지 못하고 ‘어디 계시냐’고 물어보지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러고도 국정이 제대로 운영됐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청문회에서, 참사 당일 상황파악 보고서를 집무실과 관저로 각각 보낸 게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확인이 안 됐기 때문이냐고 묻는 말에 “그렇다”고 인정했다. 김 전 실장은 이 보고서 수령인이 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이었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보고서를 봤는지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상황 보고서를 읽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그 대통령에 그 참모라고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박근혜 청와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례다. 대통령 행적은 묘연하고 참모들은 달랑 서류 한장 보내고 대통령이 그걸 봤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다니, 그런 상황에서 정부 역량을 끌어모아 성공적인 인명 구조를 할 수 없는 건 필연적 결과 아닐까 싶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은 언론 추적보도를 통해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김장수 전 실장은 박 대통령에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건의한 게 그날 오후 2시57분쯤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실제로 대책본부에 나타난 건 오후 5시15분이었다. 두 시간 넘게 늦어진 건 박 대통령이 강남에 있는 미용사를 불러 특유의 ‘올림머리’를 했기 때문이란 게 <한겨레>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김장수 전 실장은 머리 손질 때문에 방문이 늦어졌다고는 “생각하기 싫다”고 말했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 행적이 ‘사생활’일 수 없다. 그날 행적을 밝히는 건 국민에 대한 의무다. 언제까지 언론과 국민에게 퍼즐 조각 맞추기를 하라고 할 건가. 박 대통령의 뻔뻔함이 가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