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최씨에게 수십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의 사금고인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과는 별개의 돈이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해 10월~12월 독일 승마장에서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노웅래·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해 10월~12월 독일 승마장에서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노웅래·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검찰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9~10월 최씨가 독일에서 설립한 스포츠컨설팅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비덱스포츠와 명마 구입·관리 및 현지 대회 참가 지원 등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명목은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유망주 육성이고, 컨설팅 비용이 280만유로였다. 실제로 이 중 10억원 이상이 그랑프리 대회 우승마인 ‘비타나V’ 구입에 사용됐다. 문제는 유망주가 정씨 단 한 명뿐이었다는 사실이다. 삼성이 처음부터 최씨 모녀에게 거액을 건네기로 작정을 하고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이 돈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기업들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과 성격이 다르다. 두 재단의 출연금은 대기업들이 청와대를 동원한 최씨에게 돈을 뜯긴 측면이 있다. 반면 정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사실을 알고 잘 보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바친 성격이 강하다. 알아서 상납을 한 셈이다. 대가성이 의심된다.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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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말 바꾸기도 이런 의심을 키운다. 그동안 지원 사실 자체를 부인해온 삼성은 2일 언론 보도로 검찰 수사가 공개되자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지원을 한 것이다.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해명했다.

삼성은 왜 끊임없이 정경유착 의혹에 휘말리는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검은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세계 초일류 기업의 위상은 한낱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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