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의한 뇌출혈로 사경에 빠졌다는 사실을 경찰이 사건 당시부터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를 은폐하고, 자신들도 믿지 않는 억지 주장으로 왜곡했으며, 국회에선 위증까지 했다. 정확한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경찰의 부검 강행 논리도 애초 허위였다.
인터넷언론인 <민중의 소리>가 입수해 공개한 지난해 11월13일 경찰의 상황보고서(상황속보)를 보면 경찰도 당시에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거의 30분마다 작성된 당시 상황속보에는 사고 발생 소식을 처음으로 전한 제18보(오후 8시)부터 제25보(오후 11시20분)에 이르기까지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해 후송”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 등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뇌출혈 증세 등 사망 원인을 짐작할 만한 정보는 물론, 부상을 유발한 원인이 경찰 물대포라는 점도 적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당시 진료기록까지 합치면 상황은 그 당시 이미 더할 나위 없이 명백했다.
경찰 수뇌부도 진작에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상황속보는 경찰청장 등 수뇌부와 경비·수사·교통 파트에 실시간으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지난 6월 국회에서 백남기 농민의 부상 사실을 “오후 9시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답변했다. 상황속보를 달라는 야당 요구에도 경찰은 ‘파기해서 없다’고 주장했다. 찔끔 제출할 때도 핵심 내용이 담긴 속보는 빼놓았다. 전체 속보가 공개되기 전인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철성 경찰청장은 “없다”고 말했다. 조직적인 은폐에 더해 위증까지 했으니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빨간 우의 가격설’도 마찬가지다. 경찰 상황속보 어디에도 빨간 우의에 의한 타살 의혹은 없다. 경찰은 지난해 12월11일 빨간 우의 남성으로 지목된 이를 불러 조사했지만 ‘가격설’이나 그가 백남기 농민과 함께 있던 장면에 대해서는 아예 묻지도 않았다. 경찰 스스로 믿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고도 뒤늦게 이를 버젓이 부검 이유로 내세웠으니 경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불리하면 감추고 왜곡하려 드는 경찰과 검찰에 이 사건을 맡겨둘 수 없다는 점은 한층 분명해졌다. ‘백남기 특검’ 도입은 당연하고 시급하다.
[사설] ‘백남기 사건’ 감추고 거짓말한 못 믿을 경찰
- 수정 2016-10-19 17:23
- 등록 2016-10-19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