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 일가가 스쳐 간 곳마다 비리와 특혜 의혹이 가득하다. 2년 전 딸 정유라씨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시비로 승마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이 곤욕을 치르더니 대학에 가서도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학점 특혜’ ‘학칙 특혜’ 시비에 이어 이번엔 입학 자체를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승마 선수인 정씨는 2015년 체육특기생으로 이화여대 체육학부에 입학했다. 이대는 애초 체육특기생 종목이 11개였으나 그해 종목을 12개 추가했고, 그 12개 중 승마에서만 유일하게 체육특기생을 선발했는데 그게 바로 정씨였다. 학교 쪽은 “종목 확대는 2013년 교수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명했으나 지난 11일 밤 교수협의회 누리집에 당시 체대 입시평가에 참여했던 교수가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재연됐다. 당시 입시요강엔 ‘원서 마감일 기준 3년 이내의 수상 내용을 평가’하게 돼 있었으나 마감 이후 치러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정씨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입학처장은 “학교 광고효과 등 특기자 전형 취지에 비춰 아시안게임 수상은 평가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고, 총장 역시 “특혜도 없어야 하지만 차별도 없어야 한다”며 선발했다는 게 학교 쪽 설명이다.
설사 ‘우연의 일치’라는 학교 쪽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학칙 특혜에 입학 특혜까지 ‘우연’이 거듭된다면, 그것도 이른바 대통령의 비선 실세 딸이 그 대상이라면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씨는 입학 뒤에도 독일 전지훈련 등을 이유로 아예 등교하지 않아 1학년 1학기에 학사경고를 받고 2학기에 휴학을 했다. 올해 4월엔 최씨가 딸과 함께 학교를 찾아와 지도교수와 언쟁을 벌인 끝에 결국 교수가 바뀌었다. 6월엔 훈련 등의 경우 증빙서류만으로 출석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하면서 1학기에 소급적용해 정씨는 학사경고를 면했다. 누가 봐도 입학과 학사관리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재벌 돈으로 만든 재단을 최씨가 좌지우지하고, 딸의 독일 전지훈련까지 대기업이 후원한다는 의혹도 불거진 마당이다. 최씨의 그간 행보에 비춰 대학에 특혜를 요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떳떳하다면 총장이 국회에 나와 증언을 자청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