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놓고 해당 지자체와 관할 부처의 무리수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환경영향평가서의 주요 내용이 엉터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강원도 양양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의 초안과 본안을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육상동물상 현지조사표’에 고도나 좌표 등의 정보가 표기돼 있지 않은 것이 67건 중 55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날짜만 적혀 있고 조사표 자체는 없는 경우도 5차례에 이르렀다. 평가서가 사실상 조작된 셈이다. 또 양서파충류나 어류 전공자가 포유류 조사를 맡는가 하면, 포유류 전문가가 식물상이나 식생을 조사하기도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렇게 부실한 평가서를 만들어놓고 뭘 평가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앞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 환경영향평가서에 외부 전문가로 참여한 것으로 기재된 전문가가 실제로 참여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즉각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해야 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지구부터 대청봉 정상 1.4㎞ 지점까지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 지역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산양의 서식지다. 또 이 일대 산지는 유네스코의 생물권 보존지역이며 산림유전자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그런 점들을 고려해 2012년과 2013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케이블카를 놓으면 안 된다고 두 차례나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2014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케이블카 설치 추진을 지시하면서 온갖 억지 논리와 엉터리 보고가 동원되기 시작했다. 결국 국립공원위원회는 2년 만에 자신의 결정을 뒤집었고, 지난해 8월 환경부는 산양을 포함한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등의 조건을 붙여 승인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 뒤로도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설악산 케이블카의 경제성 용역 보고서를 멋대로 바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것처럼 부풀린 혐의로 양양군 공무원 두 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양양군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개발 논리에 편승해 이루어진 환경 파괴 사업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제라도 정부는 사업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