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경영진이 자사 기자들을 부당하게 해고·징계하고 난 뒤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뒷감당했음이 수치로 확인됐다.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문화방송은 2012년부터 지난 6월까지 4년 동안 들인 소송비용 48억원 가운데 20억원을 자사 노조와 벌인 소송에 썼다. 더구나 다른 일반 소송은 평균 비용이 1500만원인 데 비해 자사 노조와의 소송은 3000만원에 이르렀다. 노조를 상대로 한 소송의 경우 주로 대형 로펌과 대법관 등 법원·검찰 고위직 출신을 변호인으로 들였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문화방송 경영진이 노조를 제압하려고 소송전에 예외적으로 많은 돈을 쏟아부었음을 알 수 있다.
더 한심한 것은 이렇게 막대한 돈을 쓰고도 문화방송의 승소율이 극히 낮다는 사실이다. 문화방송 노조가 밝힌 자료 등을 보면, 재판 결과가 나온 61건 가운데 50건, 전체의 82%를 노조 쪽이 이긴 것으로 나온다. 특히 부당해고·징계 관련 소송은 노조의 승소율이 93%(29건 가운데 27건)나 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징계의 칼을 휘둘러놓고 노조가 무효 소송을 내면 비싼 비용을 들여 뭉개온 것이 지난 5년 문화방송 경영진의 행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밝혀진 소송 자료는 지난 1월 폭로된 ‘백종문 녹취록’의 내용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2014년 극우 인터넷매체와 한 대화를 담은 이 문건에서 백 본부장은 2012년 문화방송 파업과 관련해 ‘나중에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것 아니냐 하는 생각으로 증거가 없는데도 해고했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이 대화에서 ‘소송비용이 얼마가 들어가든, 변호사가 수십명이 들어가든 내 알 바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소송에 질 게 뻔한데도 우선 해고부터 했다는 얘기다. 결국 그런 탄압 행위를 뒷감당하는 데 거액의 소송비용이 들어갔다.
문화방송 경영진이 소송에서 패할 줄 알면서도 마구잡이로 징계한 것이 사실이라면, 수십억원의 회삿돈이 소송비용으로 들어간 이상 ‘업무상 배임’에 걸릴 수 있다. 또 배임 문제가 아니더라도, 공정보도를 요구하는 기자들을 쫓아내는 데 혈안이 되었던 문화방송 경영진의 부도덕하고 반언론적인 행태는 규탄받아 마땅할뿐더러 끝까지 그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사설] ‘사원 길들이기’ 소송에 수십억 낭비한 문화방송
- 수정 2016-09-07 17:54
- 등록 2016-09-07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