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선거법 등 위반 사건 재판에서 위증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26일 무죄가 선고됐다. 애초 검찰의 기소 자체가 법률 상식과 동떨어진 억지였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이 사건이 진행돼온 과정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우리 검찰·경찰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심리전단이란 조직까지 꾸려 선거·정치 개입 댓글을 달아온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이 적발됐으나 경찰은 노트북에서 그 흔적을 확인하고도 대통령 선거 사흘 전 심야에 “댓글 없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 검찰은 그렇게 지시한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했다가 무죄가 선고되자 거꾸로 증인으로 내세웠던 경찰 간부인 권 의원을 위증으로 기소했으니 애초부터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의 영상이나 자료에서도 확인되듯이 경찰은 이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40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사용해 대선 관련 게시글을 작성·추천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젊은 여성을 감금했다”는 박근혜 후보의 주장과 달리 김씨가 오피스텔 안에서 문을 잠가놓고 댓글 흔적을 삭제하고 있었던 것도 파악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서울경찰청의 지시를 받은 수서경찰서장은 아무 흔적도 못 찾은 것처럼 발표했다. 나중에 드러난 국정원 심리전단의 엄청난 댓글 활동에 비춰보면 새빨간 날조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검찰이 우여곡절 끝에 김용판 청장 등을 기소했으나 정작 재판에서는 경찰 발표 직전 국정원 3차장과 경찰, 여당 실세 의원 간의 통화 내역조차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 사실상 무죄를 유도한 꼴이 됐다. 그래 놓고 자기들이 내세운 증인을 위증으로 기소했고, 오피스텔 앞에 있던 야당 의원들은 감금죄로 기소했다. 이들 모두 무죄가 난 것은 조직적인 진실 왜곡 시도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검찰·경찰 등 여러 기관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보기관의 선거·정치 개입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진실을 규명하려던 사람들은 검찰·경찰에서 모두 쫓겨났다. 그럼에도 진실 찾기는 계속돼야 한다는 당위를 이번 판결은 새삼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