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3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화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2014년 1심에 이어 또다시 형식적인 법 해석으로 실질적인 정의를 외면한 법원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전교조는 6만여명에 이르는 조합원 가운데 단 9명의 해직 교사가 있을 뿐이다. 해직 교사의 조합 가입도 조합원 전체의 결의에 따른 것이다. 이를 빌미로 노조가 아니라고 한다면 애초 법이 보장하고자 했던 ‘근로자의 자주적 단결권’은 송두리째 부정된다.
법원이 내린 결론은 국제 기준이나 외국의 현실과도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장에 관한 협약’(87호)을 보면, 노동자의 노조 결성과 가입은 오로지 노조 스스로 정한 규칙에만 따르면 되고, 공권력은 여기에 절대로 개입하거나 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 국제교원단체연맹(EI) 소속 58개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봐도 해직 교사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리투아니아, 라이베리아뿐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몇십년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교사의 단결권과 같은 기본적 권리 보장에서는 미개국처럼 느껴질 정도다.
사실 전교조가 1999년 이후 합법적 지위를 누리면서 우리나라도 국제적 기준으로 ‘정상적인’ 국가에 근접해 있었다. 하지만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전교조 흔들기에 나서고, 급기야 잠자고 있던 독소조항을 꺼내 들이대니 하루아침에 나라 수준이 곤두박질치게 된 것이다. 집회·시위에 대한 과도한 탄압 등으로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는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서도 전교조가 합법성을 얻기 위해 투쟁해야 했던 1980년대로 퇴행하는 셈이다. 마침 우리나라의 집회·결사의 자유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한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이번 판결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그는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정부는 더 이상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지 말고 억지스런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철회해야 마땅하다. 이참에 불합리한 노동 관련 법제도도 고쳐야 한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했으면서도 핵심 협약인 87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그 결과 우리는 노조 설립과 가입, 운영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이러고도 선진국 운운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