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4곳에서 치러진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등에 대한 10·28 재보궐선거는 새누리당의 압승,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로 끝났다. 새정치연합은 고작 인천 서구, 전남 함평의 광역의원 선거구 2곳에서 승리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평균 투표율이 20.1%밖에 안 될 정도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은 선거였다고는 하지만 야당으로서는 뼈아픈 패배다. 더욱이 한국사 국정교과서 강행에 따른 민심의 광범위한 이반 현상을 생각할 때 야당은 더욱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선거 결과가 야당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야당이 이대로 계속 가서는 내년 총선에서도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재보선 이후 새정치연합이 보여주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주류는 재보선 패배의 의미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책임에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비주류는 절호의 기회를 만난 듯이 문재인 대표의 자진사퇴 등을 거론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주류나 비주류 모두 제대로 된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활로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제 논에 물대기 식 해석을 앞세워 부질없는 싸움을 하기 바쁘다. 패배는 분란의 씨앗이 되고, 분란이 다음번 선거 패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금 확인된 것은 야당이 집권여당의 실정이라는 ‘반사이익’에만 기대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실시된 지난해 7·30 재보선을 비롯해 야당이 ‘정권 심판론’만을 앞세웠다가 쓴맛을 본 예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 요즘 야당의 모습을 보면 또다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다 걸기’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역사교과서는 나라의 앞날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낙관의 함정, 오판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교과서 문제 못지않게 국민의 삶과 밀착한 문제들에서 야당의 존재 의의를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정치는 표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패배한다면 그것은 곧바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국민의 추인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 사이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국정교과서 저지 운동도 일시에 동력을 잃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새정치연합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야당이 국정교과서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