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정부와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장밋빛 꿈을 펼쳐보였다. 나가노는 세계적인 스키관광지가 되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며 22조원의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17년 뒤인 지금, 나가노는 17조원의 빚더미에 허덕이며 복지 축소와 공공요금 인상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 관광객은 올림픽 이전의 절반으로 줄었고, 매년 수십억원의 유지비용이 들어가는 경기장들은 녹슨 채 방치되고 있다.
나가노 주민대표가 전한 나가노의 어제와 오늘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강원도에도 악몽처럼 다가오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두고도 경제효과가 65조원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지만, 나중 일은 고사하고 흑자 올림픽의 관건인 후원사 유치조차 지지부진하다. 기대했던 고용효과나 경기부양효과가 실현될 길은 아득하고 흐릿한 반면, 부채와 비용 및 이로 인한 재정난은 갈수록 커지고 분명해지고 있다.
2011년 유치 당시 예상됐던 개최비용은 8조8000억원이었지만 3년 사이 13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도 알 수 없다. 다 국민 부담이다. 당장 강원도가 지방예산으로 감당해야 할 몫도 70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말 현재 부채 규모가 6000억원에 육박하는 강원도로서는 앞으로 더 심각한 재정위기에 몰릴 수 있다. 여기에 매년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경기장 유지·관리비용까지 포함하면 강원도나 평창군은 두고두고 주머니를 털어야 할 형편이다. 장밋빛 청사진이 헛된 공상으로 끝나는 바람에 적자 올림픽이 된 나가노·밴쿠버 등이 이미 겪은 일이다.
실용적이고 열린 자세로 해결방안을 찾으면 ‘뻔한 파국’을 막을 길이 없진 않다. 정부는 국제스키연맹이 평창의 보광휘닉스파크 스노보드 경기장에 대한 거액의 시설보완 요구를 하자 이웃 정선의 하이원리조트로 경기장을 옮기기로 했다. 시설보완에 들 추가비용 500억~1000억원을 절약하려는 것이다. 주변의 기존 시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자세라면 다른 시·도라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예컨대 1000억원이 넘는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새로 지을 게 아니라 100억원 정도로 서울 올림픽공원 시설을 고쳐쓰면 접근도로 등 관련 비용까지 크게 줄일 수 있다. 재활용할 시설이 없다면 다른 나라에서 찾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국내건 국외건 분산개최는 강원도나 정부로서도 실보다 득이 많은 일이다. 지금은 괜한 고집을 부릴 게 아니라 서둘러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