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31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출입구에 설치된 주민 농성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지난해 10월25일부터 천막농성을 해온 지 99일 만이다. 철거 과정에서 용역·경찰 1000여명과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하고 주민과 활동가 24명이 연행됐다. 해군 관사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은 8m 높이의 망루에 올라가 쇠사슬로 몸을 묶고 저항하기도 했다.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의 설득 끝에 14시간 만에 망루 위 농성자들이 내려와 큰 인명 피해가 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관사 건립을 강행하는 해군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이 애초에 주민 동의를 전제로 해 강정마을 안에 군 관사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반발한다. 실제로 2013년 11월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해군은 앞으로 주민들과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고 소통함으로써 그동안 추진과정에서 비롯된 불신과 오해를 해소하고 화합과 상생의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래 놓고 해군은 관사 건립을 강행했다.
제주도가 중재에 나섰는데도 해군이 결국 중재를 거부한 것은 더욱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는 지난달 강정마을 외곽 지역에 있는 적당한 부지를 찾아내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해군이 수용하면 군 관사 건립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해군은 제주도의 제안으로는 올해 12월에 맞춰 군 관사 건립을 마무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용 불가 결정을 내렸다. 완공일을 못박아 놓고 그 일정을 맞추지 않는 한 아무런 타협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이지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의의 자세가 아니다. 제주도가 적당한 부지까지 찾아줬는데도 일정을 이유로 들어 거부하는 해군의 행태는 민심에 귀막은 ‘불통 정부’의 행태를 그대로 빼박은 꼴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해군의 농성장 강제철거에 대해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무기력하게 유감 표명만 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원 지사는 지사직을 걸고서라도 문제를 꼭 푼다는 자세로 더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강제철거로 인한 충돌과 갈등은 궁극적으로 군 최고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설] 해군의 막무가내식 ‘강정마을 농성장 철거’
- 수정 2015-02-01 18:37
- 등록 2015-02-01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