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2일 의원총회를 열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의 백지화 여부를 논의했다. 의총에선 공약을 백지화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의총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앞으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야당과 협상하라는 취지라고 한다. 이는 공약 백지화를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야권 반발 등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정치개혁특위 협상 과정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무산시키려는 꼼수라고 할 수 있다.
기초 공천 폐지를 둘러싸고 새누리당은 그동안 공당다운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14일 기초 공천 폐지 대신 개방형 예비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들고나오면서 대선 공약 폐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또 기초 공천 폐지를 백지화하고 여야가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자는 물타기식 주장까지 내놓았다.
지금 집권여당이 지방선거 결과를 좌우할지도 모를 핵심 변수 중 하나인 정당공천 여부에 대해 당론이 없는 해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7월 전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속내는 대선 때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정당공천 폐지를 공식화하자니 국민의 심판이 두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시간만 허비하면서 차일피일하는 것은 책임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국민은 정치권의 얄팍한 노림수를 꿰뚫어보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옳은지 그른지는 사실 명확한 답이 없다.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가 모두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당공천 폐지를 한시적으로 도입하거나 부분적으로 실시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답게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차일피일 시간만 끌어서는 안 된다.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정중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지금처럼 겉과 속이 다른 행태를 계속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사설] 새누리당, ‘기초공천 폐지’ 계속 꼼수만 부릴 텐가
- 수정 2014-01-22 18:50
- 등록 2014-01-22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