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의 대선 개입 활동에 전 사이버사령관인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군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연 비서관은 사령관으로 재직하던 2012년 당시 사이버심리전단장으로부터 매일 인터넷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주요 이슈를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으며, 이에 따라 작성된 글이 공소장에서만도 트위트 2867건, 블로그 글 183건에 달한다. 이들 글에는 야당과 야당 후보를 폄하·비판하고, 여당과 여당 후보를 두둔하는 내용이 당연히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것만 봐도 연 비서관이 사실상 문제의 대선 댓글 공작의 몸통이자 기획자라고 충분히 의심받을 만하다. 더구나 공소장에 적혀 있는 사이버심리전단 요원들의 활동 기록이 사이버사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0월 이후 조직적으로 대거 삭제·파기된 점을 고려하면 드러난 그의 관여 부분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의 대선 개입에 대한 의심이 매우 합리적인데도 군 당국이 그를 변호·두둔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점이다. 군 검찰은 그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시늉을 한 것 외에는 전혀 핵심을 파고드는 수사를 하지도 않았고, 할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군 검찰이 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해 12월19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북방한계선 등 특정 사안에 대해 심리전 대응 작전 결과 보고 시 정치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이를 간과했다"는 내용이 전부다. 스스로 성역을 설정해놓지 않았다면 있기 어려운 태도다.
연 비서관의 대선을 즈음한 행적은 더욱 의혹을 키운다. 그는 대선 직전인 2012년 10월 사이버사령관을 마치고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한 뒤 11월14일부터 12월7일까지 4차례나 청와대를 방문했다. 그때는 정권 말이라 국방정책도 휴업하는 시기다. 이어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청와대의 국방비서관으로 기용됐다. 그의 승진 과정도 미스터리다. 그는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는 전력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되다가 2010년 갑자기 2년 뒤 퇴직을 조건으로 한 임기제 준장으로 승진해 초대 사이버사령관이 되었다. 2012년 사이버사령관을 마치곤 다시 임기제로 소장에 승진했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의혹의 핵심인 연 비서관을 해임해 군 검찰이 부담없이 그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의혹이 연 비서관 개인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