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속철도(KTX) 운영사업의 분할 민영화 방침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대형 건설사 등 민간업체 20여곳을 어제 아침 정부과천청사로 불러 고속철도 운영사업의 민간 참여 계획을 놓고 간담회를 열었다고 한다. 국민적 반대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속철도 분할 민영화를 강행하려는 국토부의 무모함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국토부는 고속철도 분할 민영화를 지난 연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느닷없이 발표했다. 2014년까지 14조원에 이르는 국고를 들여 서울 수서~평택과 호남선의 고속철도 기반시설 구축을 마무리한 다음에 수서발 노선의 운영권을 민간업체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맡고 있는 전국 고속철도 운영서비스가 공·민영 경쟁체제로 바뀐다.
민간 철도운영 사업은 2015년께 시작되지만, 사업자 선정과 철도운영 면허 발급은 올 상반기 안에 끝내겠다는 게 국토부의 방침이다. 고속철도 분할 민영화를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굳히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사업자 선정 뒤에는 운행 차량 발주와 조직 구축 등으로 민영화를 되돌리기 어렵게 된다.
국토부의 고속철도 분할 민영화 계획에 대해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여야 구분 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 발’인 철도의 공공성 훼손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남미 등 외국의 철도 민영화 사례에 비춰 보면 요금은 크게 오르고 안전성도 떨어진다. 수익성이 낮은 적자노선의 폐쇄 등으로 지역간 교통여건의 불균형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코레일의 독점 폐해를 지적하며 민영화 명분으로 내세운다. 부채 누적에 따른 국민 부담 증가, 잦은 고장 및 지연 운행에 따른 서비스의 악화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누워서 침 뱉기다. 부채가 는 것은 고속철도 건설비용 등 정부가 부담해야 할 ‘공공서비스 의무금’(PSO)의 일부를 코레일에 떠넘긴 결과다. 또 지난해부터 부쩍 잦은 고장과 지연 사고 등도 무분별한 인력감축과 외주 용역화를 정부가 강제한 탓이다. 국토부는 고속철도 분할 민영화를 밀어붙이기 전에 이런 정책 과오부터 반성해야 한다. 아울러 인천공항철도와 용인 경전철 등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돈 먹는 하마’를 탄생시킨 민자철도사업의 실패 사례도 돌이켜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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