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친정부 단체들이 낸 <한국방송> 감사 청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한국방송의 운영 전반에 걸쳐 특별감사를 벌인다고 한다.
감사원 설명대로 한국방송에 대한 감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번 감사 청구 말고도 한국방송이 비대한 규모와 방만한 경영으로 시민사회와 학계의 비판을 받아 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역대 경영진이 손대지 못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 감사가 환부를 제대로 도려내려는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번 감사는 그런 기대를 품기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 결정의 모양새부터 부적절하다. 감사청구를 낸 국민행동본부·뉴라이트 전국연합 등 세 단체는 부실경영 및 인사권 남용과 함께 한국방송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보도와 송두율씨 관련 보도,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논란에 대한 보도 등이 편파방송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다. 그런데도 감사원이 이를 받아들였으니, 정치 감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감사원은 방송 프로그램 선정 등에 대해선 방송의 독립성을 고려해 감사에서 제외한다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기관 운영 전반을 감사하게 되면 보도·제작 과정까지 감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 해도 이 과정에서 보도·제작을 맡은 기자와 피디들이 위축될 수 있다. 곧, 정부기관이 언론에 간섭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된다.
이를 표적 감사가 아니라고 말하긴 어려울 게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일이 됐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정 사장 때문이라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정 사장의 사퇴에 부정적이던 김금수 한국방송 이사장까지 압박을 못이긴 듯 사퇴했다. 그런 끝에 특별감사가 시작됐으니, 그 초점은 정 사장에게 맞춰질 것이다. 결국 권력의 특정인 찍어내기에 감사원이 동원된 셈이 된다.
그러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 들어 감사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 기관장 사퇴 압력에 때맞춰 공기업 전면 감사에 나선 것 따위에 대해선 비웃는 이들이 많다. 감사원은 더는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