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이 ‘삼성 비자금 조성 및 떡값 검사 의혹’ 고발 사건을 수사할 ‘특별수사·감찰본부’를 꾸리겠다고 어제 밝혔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지휘부에 중간수사 결과를 보고하지 않고 독립하여 수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존의 지휘체계에 따른 수사로는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애초 시민사회단체들이 검찰로 하여금 특별수사팀을 꾸려 이번 사건 수사를 맡기라고 요구해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특별검사 도입이 눈앞에 다가오자 뒤늦게 검찰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크게 훼손됐다. 하지만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는 데 검찰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름대로 애썼다는 명분 축적용으로 특별수사본부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면 검찰은 더 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우선은 특별수사본부를 어떻게 꾸리느냐가 검찰의 수사·감찰 의지를 재는 잣대가 될 것이다. 검찰은 구성원 인선에 앞서 대검 자체적으로 최대한 검증작업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고발인 쪽에 “삼성의 관리대상이었다는 검사들의 명단을 먼저 내라”고 을러대지 않는 것은 일단 진일보한 자세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는 것만으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리라고 믿기에는 아직 이르다. 앞으로 검찰과 청와대의 움직임을 주목할 것이다. 검찰총장이 수사보고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청와대가 임채진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의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특별수사본부 구성은 빛이 바랠 것이다. 적어도 특별감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임 후보자를 총장에 임명하지 않는 게 상식에 맞다. 검찰 간부 상당수가 삼성의 관리대상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제 식구를 감싸려는 움직임이 조금만 엿보여도 특별수사본부는 존재 의미를 잃게 된다.
정치권은 이미 특별검사법 제정을 발의해 놓았다. 공정한 수사를 할 수만 있다면야 검찰이 수사하는 게 효율성 면에서 특검보다 낫다. 치부를 스스로 파헤쳐 드러내는 게 검찰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동안 미덥지 못한 태도를 보여온 검찰이 특별수사본부 구성 하나로 특별검사 도입 움직임을 여기서 멈추게 하기는 어렵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특별검사의 도입 여부에 신경쓰기보다는 수사를 통해 스스로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려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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