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9년 문을 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총정원을 첫해 1500명으로 하고, 현행 사법시험의 합격자 수 축소 및 폐지 속도에 맞춰 2013년까지 2000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어제 국회에 보고했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애초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변호사들을 많이 배출해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싸고 질좋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전체 정원을 축소하면 이런 취지는 달성하기 어렵다.
이는 간단한 계산으로 드러난다. 교육부 설명대로 로스쿨 졸업생의 그 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로 가정해도, 연간 변호사 배출 규모는 1600명 안팎에 그친다. 지금의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보다 크게 많지 않다.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이나 미국 주요 주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0% 안팎이니, 실제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소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누려온 변호사 업계의 기득권은 앞으로도 큰 위협을 받지 않게 된다. 반면, 충분한 법률 서비스를 누려야 할 국민의 권리는 상당기간 희생된다. 총정원이 최소 3200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해 온 시민사회 단체나 법학계, 대학이 “대국민 사기” “법조 특권의 대변”이라고 반발하며 로스쿨 불참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가 한쪽 말만 들은 게 아닌지 묻게 된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이번 방침을 관철할 태세라고 한다. 총정원 결정은 교육부 장관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정이 제도의 본질적 취지까지 어그러지게 하는 것이라면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교육부가 문제삼는 로스쿨의 교육능력 문제도 실무 법조계와 법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지, 총정원 제한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로스쿨 도입을 업적으로 내세워 온 정부는 지금이라도 총정원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국회도 하나하나 따져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사실, 배출될 변호사 수를 상정해 미리 로스쿨 정원을 정하도록 한 지금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 법률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의사 대신 공급자인 법조인의 이익이 앞세워질 수밖에 없다. 자격시험인 변호사 시험을 두고 그 앞 단계인 로스쿨의 정원을 제한하는 것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법을 개정해 근본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들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