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아세안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아세안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가 5월 말께 열릴 전망이라고 일본 주요 언론들이 4~5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 회담은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각 동맹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뗀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가을께 ‘연내 개최’를 목표로 추진했지만, 중국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된 바 있다. 이미 러시아 관계를 크게 훼손한 윤 대통령이 중국 관계마저 관리하지 못한다면, 한국 외교의 편향성과 미·일 종속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2019년 12월 이후 4년 반 만에 열리는 이 회의에 임하기로 결정한 것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탓이다. 미·일은 10일 정상회담을 열어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지휘·통제 시스템을 크게 강화하는 역사적 합의를 내놓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3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과 같은) 연합사령부를 설치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미·일이 군사적으로 일체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일본 자위대는 7일 남중국해까지 나가 미국·오스트레일리아·필리핀 등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일본이 미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봉쇄망’을 강화하는 데 선봉에 서겠다는 각오를 보여준 셈이다.

이런 대격변의 흐름 속에서 중국 역시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대만 문제 등 양국 간 핵심 현안에 대한 ‘견해차’를 확인하면서도 대화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은 리창 국무원 총리가 참석하는 이번 회의를 통해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에게 앞으로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겠느냐고 물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한 문제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헝클어져 그 피해를 홀로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충돌이 발생한다면, 그 여파는 러시아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이지만, 일본처럼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에까지 나가 중국과 군사적으로 맞설 순 없다. 한·미·일 3각 군사 협력은 인도·태평양 전역이 아닌 오로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적대시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설명해 관계 회복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거친 신냉전 물결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균형’이라도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