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저질스러운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처음엔 그래도 좀 조심하고 자제하나 싶더니, 이젠 유권자 눈치도 보지 않는다. 특히 말려야 할 입장에 있는 여야 대표가 되레 앞장을 서는 형국이라 더욱 우려스럽다. 듣기 민망한 험구를 마구 늘어놓고도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야당을 향해 “쓰레기”, “깡패”, “범죄자”, “정치를 ×같이”, “찌질하다” 등의 극단적 표현을 동원하며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3일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일베(일간베스트·극우 커뮤니티) 출신”이라고 공격했다. 선거전 초기 “더 절제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하는 게 맞다”던 다짐은 온데간데없다.
이재명 대표도 막상막하다. 서울 동작을 지원 유세를 가며 유튜브 생방송에 나와 “나경원 후보는 ‘나베’”라고 말했다. 일본어 ‘냄비’를 뜻하는 성적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고도 개의치 않는다. 여당 지지자를 혐오하는 “2찍”, 재혼 가정에 상처를 주는 “때리는 의붓아버지와 계모” 등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라”던 자신의 당부와는 상반된 언행이다.
선거는 축제라면서, 돌아서면 여야 가릴 것 없이 모질고 사나운 언사를 주저하지 않는다. 투표일에 근접하며 막판 열기가 높아지자 선거운동도 점점 사생결단식이 되고 있다. 여야 대표뿐 아니라 각 정당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지지자들의 ‘전의’를 자극할수록 세가 결집되고, 상대 당과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더한 일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권자의 수준을 한없이 낮춰 보는 심각한 착각이다. 당장 다수 국민이 느끼는 모욕감, 정치 혐오와 반정치 정서는 어쩔 텐가. 이래서는 선거가 끝나도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불구대천의 원수를 대하듯 극단적 언사를 주고받던 사람들이 갑자기 국회에서 손을 맞잡고 협치를 할 수 있겠나. 협치가 22대 국회에서도 실종되어선 안 된다. ‘싸우는 국회’를 어느 국민이 바라겠나.
총선은 좋은 정치인, 유능한 입법자를 뽑는 절차다. 그렇다면 선거 캠페인 또한 그에 걸맞게 치러야 한다. 상대 당과 후보를 존중하지는 못할망정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을 내뱉는 것은 좋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각 당의 얼굴인 대표들부터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