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성동구 복합문화공간 ‘레이57’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열 번째,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나는 민생경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성동구 복합문화공간 ‘레이57’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열 번째,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나는 민생경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사상 최악의 세수펑크로 정부 곳간이 비어, 애초 쓰기로 했던 예산을 쓰지 못한 불용액이 사상 최대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공격적인 부자 감세와 경기 예측 실패로 세금이 걷히지 않자 써야 할 돈을 쓰지 못해 생긴 일이다. 국가 재정정책의 기본인 예측 가능성이 허물어져 경제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2023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돈은 497조원으로 예산 대비 37조원 줄었고, 쓴 돈은 예산 대비 49조5천억원 줄어든 490조4천억원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원래 쓰려고 했던 예산 지출액 540조원에서 전년도 이월액과 실제 지출액을 뺀 ‘결산상 불용액’은 45조7천억원이었다. 정부가 애초 쓰겠다고 약속했으나 쓰지 않은 불용 예산 규모가 45조7천억원으로,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dBrain)이 도입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사상 최대의 지출 감소가 벌어진 이유는 국세 수입이 애초 예상보다 줄어들면서 그만큼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는 344조1천억원 걷혀 본예산에서 예상한 세입보다 56조4천억원 부족했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기금여유재원, 세계잉여금 등을 최대한 활용해 민생 및 경제활력 지원을 차질 없이 집행했다”며, 그 결과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 1.4% 중 정부 기여도가 0.4%포인트로 예년과 유사한 수준의 정부 기여율(29%)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본말을 호도하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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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장률 1.4%는 전임 문재인 정부 때는 물론이고,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미국과 일본에도 한참 뒤진 성적표다. 특히 일본에는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된 것이다. 정부의 긴축재정이 잠재성장률(2% 내외)에도 미치지 못한 저조한 성장률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말로는 ‘건전재정’ 한다면서 실제로는 세수를 줄여 정부 곳간을 비우고, 써야 할 돈을 못 써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려놓고도 정부 기여율이 높았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기재부와 상의도 하지 않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방침을 불쑥 발표하고, 기재부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며 수습하기 바쁜 난맥상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가 달린 국가 재정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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