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망 중단 사태의 원인조차 제대로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정부가 대기업의 공공소프트웨어 참여 제한을 푸는 게 마치 대책인 것처럼 밝히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놓은 주장을 그대로 받아 시행하려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의 진짜 원인은 노후 장비를 방치하고 시스템 통합 업그레이드를 게을리하는 등 유지보수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정부에 있는데, 엉뚱한 해결책으로 사태를 모면하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라우터’ 포트 불량이 중단 원인이었다고 지난 25일 밝힌 시스템은 새올행정시스템(정부24)이다. 이밖에도 최근 잇단 오류를 일으켰던 주민등록시스템과 조달청 사이트, 모바일 신분증 등의 중단 원인은 아직도 밝히지 못했다. 여전히 오류의 전모를 모르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24의 라우터 포트 불량은 이미 단종된 노후 장비의 사용기한을 편법으로 늘렸다가 고장이 발생한 하드웨어의 문제인데,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가 어떻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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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나머지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 문제가 발견된다고 해도 대기업 참여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대기업인 에스케이씨앤씨(SK C&C)와 엘지씨엔에스(LG CNS)가 각각 맡았던 우정사업본부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 사업과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도 개통 직후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선례가 있다. 대기업이 한다고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도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승인을 거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이미 전체 공공소프트웨어 사업의 28.5%가량을 대기업이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대기업 참여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려는 이유는 유지보수 비용과 사후 책임을 대기업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업계에서는 의심한다. 행정망을 통째로 대기업에 넘기면 대기업은 어차피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던 기존 관행으로 돌아갈 테지만, 정부는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안전판 뒤에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야의 수익성이 워낙 나빠서 대기업들도 참여를 꺼리는 실정이어서 정부 의도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가까스로 구축한 중소기업 생태계의 붕괴도 우려된다.

시스템 유지보수에 돈을 쓰지 않으려는 태도로는 행정망 중단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 장기 계획을 갖고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