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된 자리에서 국내 언론의 질문을 받지 않은 지 1년이 넘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8일을 끝으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은 지는 더 오래됐다. 그 공백은 일방적인 국정 홍보로 메꾸고 있다. ‘국민과 소통 강화’를 명분으로 대통령실 이전까지 밀어붙이더니, 정작 유례없는 불통의 시대를 연 셈이다.

언론 소통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윤 대통령 자신이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당선 직후부터 “항상 언론과 소통”하고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고 약속했다. 국정 상황과 정치 현안에 대해 대통령은 설명할 의무가, 국민은 들을 권리가 있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질문할 뿐이다. 윤 대통령은 “질문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지난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껄끄럽고 예민한 사안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 이후로 기자회견은 아예 열리지 않고 있다. 취임 후 처음인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 5월 취임 1돌 기자회견도 다 건너뛰었다. 대통령실이 ‘새로운 대통령 문화’라며 자랑스러워하던 출근길 문답은 지난해 11월 중단된 뒤 재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에 대통령은 국정 홍보에만 열중하고 있다. 국민과의 대화 형식을 빌린 국정 설명회, 국무회의 ‘말씀’ 생중계가 자주 동원된다. 순방을 앞두고는 늘 외국 언론만 따로 불러 인터뷰한다.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미국 에이피(AP) 통신과 회견했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4월 미국 국빈방문 때도 그랬다. 국익이 걸린 사안이 즐비한데도 국내 언론에는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불편한 문답’을 꺼리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국내 언론 중에선 자신과 유독 가까운 한 신문하고만 인터뷰를 했다. 심지어 대통령실 담당 기자들과도 지난 5월 한 차례 점심을 함께한 것이 전부다. 이러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언론 소통은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에게도 유익하다. 여론을 가감 없이 직접 청취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국민을 설득하고 거리감을 좁힐 수도 있다. 곧 연말연시다.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상적인 정부이고 대통령이라면 언론과 자주, 긴밀한 소통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자기 입으로 한 약속의 무게를 아는 대통령만이 존중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