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와 녹색병원은 지난 5일 교사 직무 관련 마음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 제공.
전교조와 녹색병원은 지난 5일 교사 직무 관련 마음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 제공.

학부모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을 겪어온 대전의 한 초등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7일 숨졌다. 같은 날 충북 청주에서도 병가와 휴직을 연달아 냈던 초등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7월18일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불과 한달여 만에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던 교사들의 비극적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를 잃고 마음건강이 위태로운 교사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숨진 초등교사는 2019년 근무하던 초등학교에서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을 훈육하다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고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신고를 당했다. 이듬해 무혐의 처분이 나온 이후에도 올해 근무지를 옮기기 전까지 학부모 민원은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정신건강 치료를 받아오던 고인은 최근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사건을 접하면서 과거 고통받았던 일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교권회복 대책과 국회 입법 심의가 추진되는 중에도 극단 선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교사들의 마음에 난 상처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교조와 녹색병원이 지난달 전국 교사 3505명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 마음건강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교사의 38.3%가 심한 우울 증상을 보였다. 일반 성인의 심한 우울증상 유병률은 8~10%에 그친다. 극단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도 16%에 달해, 일반인(3~7%)보다 훨씬 큰 비중이었다. 이쯤 되면 교사들이 집단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학부모의 민형사 소송 등으로 인해 교사들이 고통받은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동시에 교사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의 마음건강을 지원하는 교원치유지원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전국적으로 상담사 수가 26명(2022년 1학기 기준)에 그친다. 전국 교사 수가 약 5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함께 교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밝혀져야 한다. 대전 초등교사는 학교 쪽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학부모와의 갈등과 분쟁으로 힘들어한 교사를 적극 보호하기는커녕, 학교 관리자와 교육당국이 방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더 이상 교사들을 잃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