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논란에 휩싸인 이동관 특보를 기어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하자마자, 직무대행 체제인 방통위는 남영진 한국방송(KBS) 이사장의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에 대한 기소와 이를 구실 삼은 면직, 윤석년 한국방송 이사의 기소·해임에 이어 일사천리로 후속 수순 밟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무리수와 속도전의 목표가 방송장악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방통위는 남 이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 처분 사전통지서를 지난 28일 ‘유치송달’로 처리했다. 당사자가 직접 받지 않아도 일정 장소에 놓아두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인데, 해임을 위한 청문절차 개시 결정을 한 지 사흘 만에 사실상 강제 송달에 나선 것이다. 그만큼 서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해임까지는 오는 9일에 열릴 당사자 출석 청문회와 16일 해임 제청안에 대한 이사회 의결 등 형식적 절차만 남았다.
남 이사장 해임을 밀어붙이는 표면적 이유로 방통위는 ‘한국방송의 방만 경영 방치’와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을 거론한다. 하지만 실질적 노림수는 따로 있다. 이미 해임된 윤 전 이사에 이어 남 이사장까지 해임하면 총원 11명인 한국방송 이사회의 여야 구성이 기존 4 대 7에서 6 대 5로 뒤집힌다. 이사회는 한국방송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 권한을 갖고 있다. 이사회 구성을 이렇게 바꾸면 사장 교체를 비롯해 정부·여당 입맛대로 한국방송을 좌우할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된다.
한국방송 장악이 9부 능선을 넘자 여당은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도 겨누기 시작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방문진과 문화방송의 관계도 고민해야 할 포인트”라고 말했다. 다음 타깃으로 방문진과 문화방송을 지목한 셈이다. 지난 3월부터 방문진에 대해 ‘먼지털기 감사’를 해온 감사원은 이날 권태선 이사장의 소환을 통보했다. 방문진 구성 또한 여권에 유리하게 바꾸려는 시도가 본격화한 것이다. 이 모든 일을 주도할 인물로 윤 대통령이 선택한 ‘전문가’가 바로 이동관 특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 장악 시도 뒤엔 항상 이 특보가 있었다.
정부·여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방송장악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내년 4월 총선이 있다.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송 환경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에서다. 이런 속내를 숨긴 채 ‘방송 정상화’라고 강변하지만, 곧이들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