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순간적으로 부는 바람에 의해 2톤짜리 갱폼(대형 거푸집)이 타워크레인 조종실 창문에 부딪히며 창문이 깨졌다. 조아무개(41)씨는 창문이 없는 채로 안전벨트도 없이 약 15분을 조종실에 더 머물러야 했다. 본인 제공
16일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순간적으로 부는 바람에 의해 2톤짜리 갱폼(대형 거푸집)이 타워크레인 조종실 창문에 부딪히며 창문이 깨졌다. 조아무개(41)씨는 창문이 없는 채로 안전벨트도 없이 약 15분을 조종실에 더 머물러야 했다. 본인 제공

16일 인천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으로 인양 중이던 2톤짜리 갱폼(대형 거푸집)이 바람에 날려 타워크레인 조종석을 덮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앞 유리창이 깨지는 것으로 끝났지만, 자칫 조종사가 목숨을 잃거나 타워크레인 구조물이 넘어지는 대형 중대재해까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기상 상태에 맞게 안전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작업을 강행한 탓이다. 그 배경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필두로 한 국토부의 ‘태업 때리기’가 자리하고 있다.

위험 요소가 가득한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이 사실상 사라졌다. 국토부가 지난 12일 타워크레인 조종사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한 ‘성실한 업무수행 위반 유형’ 15가지를 발표한 뒤 본격화된 현상이다. 원청의 허락 없이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조종석을 이탈하거나 작업을 거부할 수 없게 한 것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위험 상황을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시공 관리만 하는 원청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자구적 행위를 하면 면허정지를 각오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이 행정 부처의 임의적 지침으로 무력화된 셈이다.

법체계를 교란할 뿐 아니라 중대재해 위험성마저 부추기는 국토부의 이런 행태는 건설노조를 불법 조직폭력 집단으로 몰아가다 일으킨 어처구니없는 무리수다.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월례비’는 사법부마저 임금의 일환으로 판결한 바 있는데도, 국토부는 이를 ‘건폭’의 빌미로 삼고 처벌을 공언했다. 이에 건설노조가 월례비뿐 아니라 그 대가인 위법적인 장시간·위험 작업도 거부하겠다고 하자, 이제는 ‘준법’에 ‘태업’의 멍에를 씌우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건설 현장에서 나오고, 그 뿌리는 사업자가 강요하는 불법적 관행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원 장관은 사업자 쪽의 고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월례비를 받는 노동자와 이를 거부하고 안전을 지키겠다는 노동자 모두 처벌하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월례비’도 없애고 ‘안전’도 없애는 게 국토부 장관의 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