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검찰이 지난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영장청구서에 쓴 표현들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시정농단’ ‘내로남불’ 등 수사기관의 언어라 할 수 없는 원색적인 표현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어서다. 객관적 사실과 증거, 법리로 법원을 설득해야 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공식 서류에서까지 이렇게 감정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정치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에 제출된 구속영장청구서를 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또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썼다.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뜻의 한자어다. “실체 진실 은폐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 대표에게 징역 11년을 훨씬 넘는 형이 선고될 것이 명백하다고도 했다.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라 하더라도, 도가 지나치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말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대장동 사업은) 지방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 간의 불법적 정경유착, 지역 토착 비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초유의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검찰 수장이 이렇게 섣불리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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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앞서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재판에 넘길 때도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 위배 논란에 휩싸였다. 공소장 19쪽 중 혐의 사실은 3쪽에 그친 반면, 나머지는 김 부원장과 이 대표의 관계 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의 공모관계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재판부에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단히 부적절하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주된 혐의인 배임은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범죄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산정한 배임 액수 4895억원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이는 상황이다. 재판 과정에서 다툼의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이런 사건일수록 검찰은 오직 증거와 법리로 말해야 한다. 사실관계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거친 언사로 수사 대상인 야당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검찰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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