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ㅣ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V자, L자, 그리고 U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이 어떤 모습일까를 둘러싸고 말들이 분분하다. 경제가 V자로 급속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현실은 썩 그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와 소매판매 등은 5월 이후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고용지표 개선은 여전히 느리다. 특히 기업의 수익이 낮고 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투자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당분간 침체가 이어져 경제 회복은 좌우가 뒤집힌 제곱근의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고 있으니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바이러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경제 전망치를 코로나19가 진정되는 경우와 다시 유행하는 경우로 나누어 발표하기도 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거리두기를 하면 불황이 심각해지겠지만, 전염병을 막지 못하면 경제가 더 나빠질 테니 넓게 보면 방역이 곧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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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경제위기는 경제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에게도 커다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팬데믹의 충격에 대응하여 각국은 적극적으로 확장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실시했다. 재정 확장과 경제 불황으로 2021년 말 정부 부채비율이 2019년 말에 비해 미국은 약 25%포인트, 일본은 약 22%포인트, 그리고 유로존은 약 16%포인트나 더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나랏빚을 내어서라도 노동자와 기업을 살리지 않는다면 위기가 경제에 깊은 흉터를 남겨 장기적으로 성장과 재정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당장 국가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쑥 들어갔지만, 하버드대의 로고프 교수 등은 여전히 앞으로 높아진 정부부채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한다. 케인스주의자들은 명목 경제성장률이 국채금리보다 높은 상황이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채비율이 안정화될 것이니 크게 걱정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시장이 급변하고 국채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은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억누르며 재정 확장을 돕고 있지만 언젠가는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지 않겠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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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거시경제 정책의 기초가 되는 거시경제학이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각국 정부는 주로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조절하고 인플레이션을 관리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실업률이 낮아져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설계자들은 곤혹을 겪고 있다. 전 연준 의장 옐런의 말처럼 현재의 거시경제학은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듯하다.

또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효과마저 제한적이어서 이제 경기조절 수단으로 재정정책의 역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반대쪽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현실이 실업과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거시경제학은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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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중요한 문제는 경제위기가 심화시키는 불평등이다. 이에 무관심했던 주류 거시경제학도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신의 거시경제모형은 통화정책이 어떻게 소득분배를 변화시켜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거나, 일반균형모형에 기초하여 불평등이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프린스턴대의 미안 교수 등의 최근 논문은 미국에서 상위 1%의 소득 비중 증가와 저축 과잉 그리고 하위 90%의 부채 증가가 어떻게 저금리와 부채의 덫을 낳아 수요를 억눌렀는지 보고하여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경제 회복의 모습도 K자가 될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들은 더 가난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많은 이가 실업과 소득 감소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엄청난 유동성 공급을 배경으로 주식시장은 V자로 회복되었다. 덕분에 제프 베이조스 등 미국의 최대 부자 12명의 자산이 크게 늘어나 얼마 전 1조달러(약 1200조원)가 넘었다. 심화되는 불평등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에 관한 연구가 필수일 것이다.

팬데믹 이후의 경제는 경기안정화와 불평등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시대의 거시경제학과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때다. 케인스는 현실이 바뀌면 생각을 바꾼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의 경제학은 과연 충분히 변화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