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재 ㅣ 초파리 유전학자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 1위는 과학자다. 가장 불신하는 직업 1위는 정치인이다. 이런 통계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난다. 과학자인 내게 이 통계는 정말 흥미롭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과학 지식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이 커져가는 딜레마 때문이다. 반과학의 선봉엔 인문학이 있다. 인문학자의 절반 이상은 묘한 반과학 정서를 공유하고, 과학을 자본주의 같은 괴물로 묘사하며 변태적 즐거움을 공유한다.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인문학의 반과학 정서는 여전히 지겹게 반복 중이다.

과학은 시민들에게도 배신당한다. 과학기술 덕분에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살게 된 중산층 이상의 기괴한 자연주의자들은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에 환상을 품고 있다. 그들은 자연면역으로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유사 과학을 신봉하며,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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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과 독일의 리더십은 극명하게 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검증도 되지 않은 약과 치료법에 대해 몇 차례나 언급했고, 국민들 중 몇몇은 그 말 때문에 사망했다. 현대과학의 최고 국가라는 미국에서조차, 정치권력의 과학에 대한 무지는 언제든지 과학의 금자탑을 무너뜨릴 수 있고, 우리는 비싼 교훈을 얻는 중이다.

트럼프의 반대편에서, 과학자 출신의 독일 총리 메르켈은 과학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미덕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그는 국민들에게 국가 위기 상황을 숫자를 통해 설명하고, 현재까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감으로 전염병을 상대하려 했고, 메르켈은 숫자로 상대했다. 그 차이는 극명하다. 물론 메르켈이 과학자이기 때문에 더 과학적인 건 아니다. 물리학자 출신의 박영아 전 국회의원은 이번 총선 결과가 통계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총선 음모론을 제기했다. 과학자가 정치인이 되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증거다. 중요한 건 정치에 과학적 태도가 스며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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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정치는, 진보와 보수의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보편적 상식이다. 자본주의적 질서에 길들여진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이 과학적 진실보다 사적 이익에 집착한다면, 진보주의자들은 이념에 지나치게 집착해 과학적 태도에서 벗어난다. <밀려난 과학>의 저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이 과학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면, 진보주의자들은 과학과의 아마겟돈을 선포”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그들은 “핵폐기물을 이유로 원자력을, 지구온난화를 이유로 화석연료를, 생태계를 파괴하는 댐을 이유로 수력을, 새들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풍력을 반대”한다. 그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전기 없이 살아가야 한다. 모든 자연적인 것은 선하고, 인공적인 것은 악하다는 극좌파의 이념 속에 과학적 태도가 스며들 공간은 없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가 된 양이원영은,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이유로 핵융합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했던 인물이다.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이터)라는 초대형 국제 공동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는 현실에서, 바로 그 이터의 부총장인 과학자 이경수 대신 더불어시민당은 양이원영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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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과학부총리 부활을 내세우며 과학기술 공약을 내세웠지만,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우선순위 공약에서 과학기술은 제외했다. 정의당이 ‘그린뉴딜경제’라며 제시한 성장 전략은 녹색기술을 표방하는데, 그 내용은 탈탄소 소재부품 개발이나 동물복지를 위한 동물실험 대체 등 비현실적인 것들뿐이다. 현대 좌파는 공기, 물, 음식 등의 환경에 거의 종교적인 집착을 한다. 현재의 정의당이 과학을 포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세계의 희망은 백신과 치료제뿐이다. 과학자들은 반드시 해답을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과학이 구해낸 세계는, 다시 비과학적인 정치경제적 질서로 돌아갈 것 같다. 과학을 버린 정치엔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