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입니다. 쌀이 버려져 있습니다. 아니, 뿌려져 있습니다. 누군가 길에서 사는 새들의 모이로 뿌려놓은 것 같습니다. 사람 먹을 양식이 부족해 가을걷이가 끝난 논바닥에서 이삭줍기를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새 우리 곁에 함께 사는 것이 사람만이 아닌 시대가 되어, 우리의 이웃 비둘기와 참새 혹은 길고양이들의 먹이가 되도록 자신의 양식을 나눈 것 같습니다. 가을이 인정과 함께 깊어갑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