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얼마 전 매우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1920년을 전후로 한국의 임시정부 요인들과 베트남 독립운동가인 호찌민 주석이 프랑스 파리에서 서로 가깝게 지내며 교류했다는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흔히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는 닮은 점이 많다고 합니다.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을 당하고 식민지 지배를 받았지만 끝끝내 독립을 쟁취한 역사가 그렇습니다. 그때 양국의 독립운동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니 두 나라에 걸쳐 살고 있는 저로서는 큰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요즘 한국 독립운동 역사를 조금씩 공부하며 알아가고 있습니다.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된 유일한 이주민이기 때문입니다. 큰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게 주어진 역할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기념사업에 기여해야 하는지 나름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주민들에게 이 기념사업의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해 일단 3·1 운동과 임시정부에 대하여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어떤 책을 읽으면 될지 다른 위원에게 물었더니 <백범일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백범일지>를 읽었지만 옛날에 사용된 말이 너무 많아 추가 해석이 있어도 이주민인 저에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거의 진도를 나가지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더디지만 조금씩 읽어가며 일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백범 선생과 많은 독립운동가에게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구 선생은 소원이 “첫째도 나라의 독립이고 둘째도 나라의 독립이고 마지막도 나라의 독립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라를 잃는 게 얼마나 서러운 것인지, 그 나라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저의 모국 베트남도 프랑스로부터의 독립 투쟁과 이어진 전쟁으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기까지 셀 수조차 없는 사람들이 희생해야 했으니까요.
김구 선생은 일생을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막상 독립된 조국에 돌아올 때는 임시정부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합니다. 막상 닥친 독립은 그가 꿈꾸었던 독립과는 달리 다시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지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자랑스럽게 축하해도 될 만큼 좋은 나라가 되었고, 이제라도 우리가 하나가 되어 제대로 축하하자고 한완상 기념사업추진위 위원장이 말했습니다.
다행히 요즘 남과 북 사이에 화해와 평화가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내년에 남과 북이 공동으로 기념하고 축하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남북이 함께 행사를 하면서 지난 100년의 업적을 서로 자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하늘에서 김구 선생도 아주 기뻐하시겠지요.
저는 내년 뜻깊은 행사를 위해 계속 관련 책이나 자료를 읽고 기념행사 동참은 물론,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함께 기뻐하는 날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