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 사례를 끌어들여 북한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냄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을 막아보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볼턴이 평화의 진정한 장애물은 아니다. 북-미 간 냉전은 거의 70년간 지속돼왔지만, 볼턴은 겨우 몇주 동안 그의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에도 한국 문제에 특별히 영향력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볼턴이 아니라면 평화의 진정한 장애물은 누구일까. 워싱턴에서 나오는 답변은 당연히 북한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이 그동안의 협상 실패 책임을 북한에 돌리거나, 또한 미국을 끊임없이 악마화하고 있다는 식으로 북한을 비난하는 말들은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데탕트를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자신들의 통치하에 한반도를 통일시키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정말로 원한다. 북한은 미국을 국제사회로 가기 위한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북한은 미국의 전문 지식과 제품도 높이 평가한다. 게다가 북한은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북한 입장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패권국가 미국과의 거래는 치명적인 의존 관계가 될 수 있는 이웃 강대국들과의 거래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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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간 평화의 진정한 장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진보 진영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대답은 미국의 군산복합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마찬가지로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구가 겨우 2500만명에 불과하고 재래식 군사력도 양적·질적으로 감소했다. 이런 북한은 미국에 상대적으로 작은 군사적 위협이다. 또한 한국은 북한에 반격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엄청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군산복합체가 자금 조달을 위해 특정한 위협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방부 예산을 23% 늘렸다. 게다가 방위산업체가 테러 이외의 위협을 떠들 필요가 있다면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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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간 평화의 진정한 장애물은 이제 분명해졌다. 바로 워싱턴의 외교 정책 기득권층이다. 이들은 대북 협상의 유용성에 매우 회의적이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 국장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과거의 모든 노력은 실패했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는 시간만 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아주 조심스럽게, 회의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교 정책 기득권층의 북한과의 데탕트에 대한 회의주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전략적 인내’라는 얼음에 효과적으로 가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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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은 남북한에 기대하지 않던 큰 이득이 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전략적 인내’의 실패와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 때문에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소한 미국적 맥락에서만 보면 궁극적으로 진정한 데탕트가 이뤄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외교 정책 기득권층이다. 1970년대 중국과의 화해 과정에선 헨리 키신저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강력한 주도로 대외 정책 기득권층의 무조건적인 반공산주의 정서를 극복했다. 엄청난 이익을 기대하는 미국 재계의 지지도 전문가층의 저항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키신저 같은 사람이나 미국 재계의 도움이 없다면 북-미 데탕트는 기득권층의 회의주의에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키신저는 나이가 많고, 북한은 시장이 너무 작다.

그럼에도 북-미 데탕트가 미-중 데탕트와 크게 다른 점은 한국의 존재다. 한국은 위험을 떠맡거나, 북한과의 관여가 실용적 측면에서 효과가 있음을 보여줄 수 있고, 미국 기득권층을 설득할 수 있다. 한국의 도움이 있다면, 미국의 대외 정책 기득권층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지지 쪽으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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