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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프라테스 이웃의 메시지] 그들은 폭군조차 아니었다 / 압둘 와합

등록 2018-03-28 18:12수정 2018-03-28 19:47

압둘 와합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현상, 이슈, 인물을 분석하기 전에 실제 흐름이나 과정이 주제에 적합한지 파악해야 한다. 아니면 주제와 분석이 따로 놀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애초부터 잘못된 가설을 놓고 현상을 분석하는 오류를 범한 경우를 깨달아서다. 우리는 수십년 동안 우리 아랍 세계에 독재와 독재자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가정을 기초로 우리는 우리나라의 폭군과 독재자에 맞서자고 주장했다.

이 가정은 우리가 얼마나 순진하고 단순했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아랍 세계의 독재를 민주주의와 인권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것을 막는 유일한 장애물은 수십년간 아랍 독재자가 구축한 야만적인 경찰국가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항상 그 통치자를 실제 능력보다 과장하고 과대평가했다. 그들은 남모르게 속으로 우리를 비웃어 왔던 게 분명하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얼어붙은 눈이 녹아 비밀이 밝혀진 지금, 우리가 폭군이라고 여기던 사람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들이 사실은 외세로부터 특정 이득을 취하는 대가로 일하는 그들의 하수인, 사형 집행수, 추잡한 대리인일 뿐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가 아랍 통치자들을 오랜 기간 국민을 박해한 스탈린이나 히틀러 등과 견준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나! 실제 그들은 그 세계적인 범죄자들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는 수준에 불과했다.

아랍 통치자와 실제 스탈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스탈린은 실제로 폭군이었지만, 그나마 자신의 계획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쨌든 스탈린은 서구나 동양의 손에 놀아나는 하찮은 도구는 아니었다. 때론 국민을 야만적으로 대하고 역사에 기록될 만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말이다. 또한 그는 근본적으로 외세의 명령이나 축복으로 권력을 잡은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이제 아랍 통치자 대다수가 진정한 의미의 폭군이나 독재자조차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말 그대로 사냥개에 불과하다. 자신의 생각 없이 주인의 말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외세의 영향과 서양의 동의로 권력을 잡은 그들은 통치자가 될 수 없으며 국가의 지도자도 될 수 없다. 고로 폭군도 될 수 없다. 폭군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있고 그것을 실행하기 때문이다. 그게 범죄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아랍 통치자들은 권력을 잡은 후에도 자신의 나라에서 외국의 사업을 대행할 뿐이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외부의 지시에 따라 수감자를 탄압하고 고문하는 나쁜 교도관들과 비슷하다.

이렇게 아랍혁명 이후의 상황은 우리 통치자들이 단순 대리인이었다는 비밀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이들 대리인이 혁명을 근절하는 데 실패했을 때, 외부의 후견인이 즉시 개입한다는 것도 명백히 드러났다. 많은 아랍인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내부 대리인이 아니라 외부 후견인이란 사실도 명백해졌다. 한 아프리카 통치자는 국제재판소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나는 진짜 범죄자의 조수입니다. 그 진짜 범죄자는 외부 후견인입니다. 나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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