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원
도쿄특파원
“북한에 비상사태가 생기면 난민이 배에 타고 니가타, 야마가타, 아오모리 쪽으로 틀림없이 표류해 올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장난민일지도 모른다. 경찰로 대응이 가능할까. 자위대가 방위출동할까. 사살을 할까. 진지하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지난 23일 우쓰노미야시에서 강연하면서 북한 난민을 쏴 죽일 수도 있다며 한 말이다. 아소 부총리는 망언이 잦은 정치인이다.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한 것” “죽고 싶은 노인은 빨리 죽게 해야” “(헌법 개정에서) 나치 수법을 배우자” 등 다양한 망언을 쏟아냈다. 최근에도 “정치가는 결과가 중요하다. 수백만명을 죽인 히틀러는 아무리 동기가 옳아도 안 된다”고 말했다가 발언을 철회했다.
아소 부총리의 망언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번 북한 난민 발언은 매우 섬뜩하다. 북한의 위협이라는 전제를 달면, 그 어떤 발언과 행동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일본 사회 일부의 공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소 부총리는 북한 난민 사살 가능성 발언은 철회하지 않았다.
지난 6월에는 다니모토 마사노리 이시카와현 지사가 현 산하 기초지자체장 회의에서 북한 국민을 굶겨 죽이자는 말도 했다.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대책을 말하면서 “군사식량 공격으로 북한 국민을 아사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다니모토 지사는 발언이 문제가 되자 발언을 철회했으나, “북한의 방식은 폭거를 넘어서고 있다. (북한) 국민이 아픔을 느끼는 제재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도 말했다.
북한 위협론은 일본 내 차별과 배제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일이 가장 상징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곳은 일본 내 조선학교다. 지난 13일 도쿄지방재판소는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 교육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 조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선학교가 조선총련(총련)을 통해 북한과 관계가 있다는 일본 정부 판단은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런 판결을 내렸다. 다시 말해서 조선학교는 북한과 관계가 있을 수 있으니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뺀다는 이야기다.
일본 고교 무상화 정책은 2010년 민주당 정부 시절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시작 당시부터 조선학교는 조선총련과의 관계를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보류됐다. 하지만 제도의 목적 자체가 교육기회 균등이기 때문에 전제는 지원 대상에 원칙적으로 넣는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으나, 자민당 정권으로 바뀐 2013년부터 행정규칙 개정으로 조선학교를 아예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제도 취지와는 관계없는 정치·외교적 문제로 조선학교만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오사카지방재판소는 조선학교 제외는 “교육기회 균등과는 무관한 정치적 의견에 근거하고 있다”며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도쿄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재판에서 원고 쪽 변호인단은 판결 뒤 재판부가 북한과 총련, 조선학교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각종 기사들을 주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 태도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13일 재판 뒤 도쿄 시내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선학교 어머니회 어머니 중 1명은 “우리도 여기서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이다. 우리는 여기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반복은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 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라는 이유를 대면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고 본래 제도 취지와는 연관이 없는 차별적 조처가 정당화되는 상황은 동의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