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칼럼] 시진핑이 북핵을 놓고 트럼프에게 말해준 역사는?
기자정의길
- 수정 2024-07-14 01:26
- 등록 2017-04-17 17:06
정의길 선임기자 중국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는 1430년대 명의 조정이 정화의 대함대와 원정을 한순간에 파기하고 해금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남아프리카 희망봉까지 진출한 정화의 대원정은 동아시아 해역뿐 아니라 인도양도 장악한 중국 해양력의 상징이었다. 명이 그런 조처를 한 가장 큰 이유는 서북 방면으로부터의 전통적 안보 위협이라는 설명이 주효하다. 명이 북으로 몰아냈던 원의 몽골 세력인 북원은 1449년 명의 황제 영종을 포로로 잡고 베이징을 함락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명으로서는 동남 해양 쪽 진출보다는 더 급박한 서북 방면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처해야 했다. 명의 해금 정책은 그 후 중국 역사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약 50년 뒤 바스쿠 다가마의 인도 항로 발견 이후 아시아로 진출한 서방 해양세력들에게 인도양과 동아시아 해역을 무주공산으로 내주었다. 동아시아까지 진출한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와의 교역으로 힘을 키운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켜, 명은 조선 출병으로 국력을 소모해 쇠퇴를 촉진했다. 중국에는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3대 원칙이 있다. 첫째, 중원의 안정과 통일이다. 즉, 황하와 양쯔강 유역인 한족 지역의 안정이다. 둘째, 중원의 안정은 북방 유목세력들의 침략을 제어하는 서북 방면의 완충지대 설정으로 보장된다. 신장위구르, 내몽골·외몽골, 만주가 강력한 패권세력에 의해 장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동남 연안지역의 방어이다. 남송 시대 이후 중국의 경제 중심은 양쯔강 이남인 강남이 됐다. 강남의 경제는 동남아 등과의 교역으로 뒷받침됐고, 그 물산은 화북 지방으로 수송됐다. 그 핵심은 연안지대의 안정과 해상력이었다. 명 이후 중국은 동남 연안지역의 안정과 해상력을 상실하며, 서방 해양세력에게 역사의 주도권을 넘겨줬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뒤 중국은 미국의 봉쇄 정책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동남 방면의 해금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또 소련과의 분쟁은 전통적인 서북 방면의 안보 위협을 재현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화해를 통해 소련을 역포위하고, 동남 방면의 해금을 풀어 경제성장으로 돌파했다. 현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한반도에서 북한 정권의 불안과 핵 문제는 중국한테는 여전한 역사적인 지정학적 원칙이 걸린 문제이다. 중국에 남중국해가 세계와의 교역을 위한 병목 지역이라면, 한반도는 임진왜란 이후 해양세력들의 중국 대륙 진출의 교두보였다. 중국 대륙 쪽에서 한반도로 가했던 침략과 전쟁은 크게 세 부류이다. 첫째, 중원을 장악한 세력이 침략한 전쟁이다. 한나라의 고조선 침략과 한사군 설치, 수·당의 고구려 침략이다. 둘째, 중원으로 진출하려는 북방 유목세력들의 침략이다. 거란과 몽골의 고려 침략, 여진의 조선 침략인 병자호란이다. 셋째, 중국 쪽의 한반도 출병이다. 임진왜란 때 명의 출병, 조선 말 청일전쟁,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이다. 한·수·당은 당시의 고조선과 고구려가 만주 지역을 장악한 세력이어서, 거란·몽골·여진은 중원의 한족 지역에 진출하기에 앞서 후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명·청·중공(중국공산당)의 출병은 해양세력의 중국 대륙 진출 저지를 위해서였다. 중국 대륙의 세력한테 한반도와 관련한 지정학의 첫 원칙은 중원을 위협할 교두보가 되지 않게 하는 거다. 만주가 완충지대가 되고 한반도에 안정적 정권이 들어설 경우, 중국과 한반도의 관계는 안정됐다. 북핵 문제가 돌고 돌아서 결국 중국의 손으로 들어갔다. 김정은 참수작전까지 내비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뒤부터 중국을 통한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시진핑)는 중국과 한반도(Korea)의 역사를 얘기했다… 수천년 동안에 대해, 많은 전쟁에 대해 말했다. … 10분 동안 들은 뒤 나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들은 중국에 대해 엄청난 힘을 가졌었다”고 말한 뒤부터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중국은 해결해야만 한다는 거다. 자신들의 지정학적 이해 때문이다. 한반도 입장에서 보면, 안정적인 체제 확립이다. 현재로선 남북관계 개선이 결국 해답이다. 중국의 북핵 해결 노력은 한국 차기 정부와 북한의 관계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