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택

논설위원

‘1천만 촛불’ 민심은 50년 적폐의 청산과 총체적인 개혁 요구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모로 순탄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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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정치권이 청산과 개혁보다 대권 경쟁으로 빨려들어가는 게 걱정스럽다. 탄핵 뒤 대선 일정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매화대선이든 벚꽃대선이든 이대로 치르면 다음 대통령은 또 불행해질 수 있다. 지금의 4당 체제라면 누가 되든 곧바로 여소야대 국회에 직면한다. 또 인수위 기간도 없이 곧바로 취임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여기에 개헌 공약까지 지켜야 한다면 취임하자마자 레임덕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나라 꼴을 정상국가에 가깝게 돌려놓으려면 지금부터 2개월이 중요하다. 탄핵심판과 특검수사는 진행하더라도 거기에만 매몰돼선 안된다. 고쳐놓아야 할 최소한의 법과 제도는 손봐야 한다. 싸우면서 건설해야 하고, 권력 진공 상태인 지금이 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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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새해에 연재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검찰개혁, 관료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 격차해소 순으로 개혁과제를 꼽았다.

지난 한해 우리의 눈과 귀를 더럽힌 김기춘-황교안-우병우-홍만표-진경준 등의 이름만 죽 늘어놔도 왜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1순위로 꼽았는지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대선 끝나고 검찰이 국민들 눈길 사로잡을 대형 수사로 판을 벌이면 모두 거기 빨려들어가 검찰개혁은 물건너갈 수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부역한 관료들을 보면 영혼 없는 관료사회를 바꿀 개혁 방안이 절실하다. 선거 때마다 말만 무성했던 재벌개혁도 이번에야말로 단김에 쇠뿔을 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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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시급한 건 언론개혁이다. 적폐 청산과 개혁도 지금의 언론구도 속에선 쉽지 않다. 박근혜 비판엔 보수종편까지 한목소리를 내는 듯하지만 청산과 개혁이 본격화하면 달라질 것이다.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을 고쳐야 하는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봤듯이 지난한 일이다. 지혜로운 전략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당장은 공영방송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다. 태블릿피시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주요 뉴스로 뽑는 공영방송을 그대로 두고는 50년 적폐 청산과 개혁은 물론 대선조차 공정하게 치러진다는 보장이 없다.

이 대목에선 개혁보수신당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크다. 원죄도 있다. 5년 전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 문화방송 등 방송3사가 장기파업에 들어갔을 때 박근혜 후보는 ‘파업 풀면 해결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깼다.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부결하도록 한 건 김무성 당시 박 후보 선대본부장이었다. 이후 공영방송은 신뢰도와 시청률 모두 철저히 망가졌다. 공정방송을 요구하던 기자·피디들은 해직되거나 제작현장에서 쫓겨나 아직도 유배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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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개혁신당 정강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유승민 김무성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왼쪽부터).
보수개혁신당 정강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유승민 김무성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왼쪽부터).

개혁보수신당이 1월 임시국회를 주장해 관철한 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개혁’을 내세우면서 방송개혁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국회 미방위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방송장악저지법은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 추천 7 대 6으로 하되 사장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뽑고, 공정방송을 위한 편성규약을 만들도록 하는 게 뼈대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휘둘리지 않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두는 ‘정상화’ 방안이다.

‘박근혜 방송’을 그대로 두겠다는 건 촛불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누구보다 김무성 의원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방송법 개정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ri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