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현중국정법대 객좌교수

사드 배치 결정을 강행한 한국에 중국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사다. 한-중 관계의 질적 변화는 물론 동북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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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중국 쪽의 별다른 대응이 없자 일단 안도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 접촉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침묵은 복합적이다.

우선 남중국해 사안이 워낙 중대하다. 또 자국의 영유권 주장을 일거에 뒤집은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 후유증도 심각하다. 미국·필리핀과는 남중국해에서, 일본과는 동중국해에서 일촉즉발의 무력 대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새로운 전선을 만드는 건 부담이다. 그래서 한고비를 넘길 때까지 사드는 일단 덮어두자는 판단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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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중국에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국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기는 어렵다. 한국 내 사드 반대 여론도 살필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보복은 한국 내 반대 여론의 입지를 자칫 중국이 앞장서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니 “군자의 복수는 10년 지나도 늦지 않다”(君子報仇 十年不晩)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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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 2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도중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한국의 행위는 쌍방의 상호 신뢰에 해를 끼쳤다” “한국 쪽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 들어보려 한다”며 이례적이고 강력한 작심 발언으로 한국에 ‘경고’를 보낸 것은 시사적이다.

사드 배치는 중국 견제에 혈안이 돼 있는 미-일 군사동맹 체제에 한국이 가세한 것이란 게 중국의 기본 인식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미 동맹이 중국을 직접 겨냥하거나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간주해왔다. 한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도 그래서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한-미 동맹은 이번 사드를 통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로 범위가 확대됐을 뿐 아니라 양자동맹이 아닌 지역동맹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이다. 자국을 견제하려는 한국이 과연 우호적 동반자인가? 한국과 ‘전략적 협력’은 가능한가? 중국은 지금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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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이 시작되면 양국관계는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이다. 수출의 26%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에 경제보복은 상당한 타격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한국을 멍들게 할 방법은 많다. 중국 내 신규 사업 진출 제한, 한국행 관광객 통제, 유명 연예인 활동과 드라마 방영 제한 등 한류에 제동을 거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 정도로도 한국이 느끼는 통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대북 제재를 와해시키는 방법도 있다. 한·미 양국에 타격을 주는 효과적인 카드다. 6자회담을 파산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번 포럼에서 북·중 외교장관의 밀착 행보가 눈길을 끄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중국군은 사드에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의 코앞 쿠바에 설치하려 했던 소련의 미사일기지와 한국의 사드는 본질적으로 같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중국 미사일의 한국 겨냥, 비상사태 시 한국에 대한 선제공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은 또 러시아가 동유럽 미사일방어망 시스템을 강행한 미국에 맞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주목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크림반도 합병에 이은 무력충돌을 지칭하는 것이다. 요컨대 중국도 맘만 먹으면 한반도 평화안정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이런 난국을 타개할 한국 정부의 묘수는 무엇인가? 한국이 심혈을 기울여온 북방외교를 사드가 요격한 건 아닐까? 한국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