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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미·중·러 핵게임과 사드 / 최종건

등록 :2016-05-03 19:13



지난달 29일 중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이 북핵을 구실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를 추진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의 행위를 구실로 지역 내 군사력을 증강하고, 특히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위험성을 확인했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미국의 한국 사드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 각각의 전략적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미 불이 붙어 긴장된 상황에 기름을 끼얹어 반도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중국과 러시아가 확인했다고 하는 “사드 배치의 위험성”은 무엇일까? 그리고 왜 한국의 사드 배치가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기름을 끼얹는 행위”라고 인식할까? ‘핵무기의 국제정치’는 핵보유 국가들 사이에서 그 양상이 매우 특이하다. 핵보유 국가들은 상대방이 핵으로 먼저 공격하지 못하게 은밀하게 보복공격 능력을 강화한다. 이를 핵 억제력이라 하며, 핵 억제력은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는 2차 공격능력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핵보유 국가들끼리는 이 보복능력이 상대방의 선제공격 의도를 꺾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계산은 핵보유 국가들끼리 공유하는 중요한 신념체계이다. 내가 아무리 선제공격을 하고 싶어도 상대방의 은밀한 2차 공격능력 때문에 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것이 바로 그들만의 핵게임의 법칙이다. 그러나 미사일방어망은 핵게임을 변화시킨다. 미사일방어망의 목적은 상대방의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파괴하는 것이다. 이는 선제공격을 받은 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국의 보복능력이 무력화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선제공격이 더욱 수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핵게임의 법칙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은 방어기술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으며,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조약을 통해 상호방어 능력을 제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 핵무장 국가라는 것이다. 이들의 전략적 이익은 우리의 이익구조를 초월한다. 우리가 아무리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 때문에 미국의 사드를 배치한다고 주장하여도, 이 두 국가에 한국의 사드 배치는 미국의 미사일망 확산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로 인해 동북아 및 극동 지역에 세밀하게 배치되어 있는 이 두 국가의 2차 공격능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사드는 단순한 무기 자체가 아닌 전략적 네트워크이다. 중국과 러시아엔 한국의 사드 배치가 동북아의 작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출현으로 인식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사드 배치로 인해 한·미·일 동맹의 상호운영성과 호환성이 미사일방어 중심으로 강화되고 이는 중·러의 핵능력을 약화시킨다. 미사일망에 놓여 있는 국가로서 이 방어망을 뚫기 위해 더 많은 미사일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중·러 간에 놓인 전략적 긴장 상황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인 동북아 군비 경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격다짐으로 미국의 한국 내 사드 배치가 북한 때문이라고 치자. 그러나 이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미국 간의 핵전략의 게임을 깨는 “기름을 붓는 결정”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사드라는 국제정치의 민낯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는 핵 강대국의 국제정치에 말려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따라서 이들이 주장하는 대북 협상은 사드의 국제정치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들의 경고를 귀기울여 들어야 할 것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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