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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의 궁지] 다시 보는 ‘허드슨강 기적’

등록 :2013-07-08 19:28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2009년 1월15일. 미국 동부 시각 오후 3시26분. 유에스 에어웨이 소속 1549편 여객기가 뉴욕 라가디아 공항 활주로를 이륙한 지 1분 만에 두 차례에 걸쳐 새떼와 충돌해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났다. 연기에 휩싸인 상태로 뉴욕 상공을 1㎞ 이하로 날고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관제소는 근처 공항으로 유도하려 했지만, 조종사인 설런버거 기장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뉴욕의 허드슨강 수면 위로 비상착륙을 시도했고,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모두 무사히 구조시켜 ‘허드슨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 사건 처리 과정을 두고 미국 <비즈니스위크>는 “위기관리의 모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키티 히긴스 위원은 “항공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불시착”이라고 평가했다. 도대체 유에스 에어웨이는 어떻게 위기관리를 잘 해낼 수 있었을까?

첫째, 설런버거 기장은 비행 경험만 1만9000시간 이상을 쌓은 베테랑 조종사였다. 그는 이륙에서 사고 발생, 비상착륙까지 불과 몇 분 안 걸린 상황에서 허드슨강의 기적을 만든 비결을 ‘평소의 훈련’으로 돌리면서 동료 조종사들도 자신과 똑같은 판단과 조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에스 에어웨이는 조종사뿐 아니라 취항하는 공항마다 매년 3회 이상 직원들이 ‘모의 위기관리 훈련’을 전개한다.

둘째, 위기관리에서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실제 사건 관리 못지않게 궁금해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이 사건의 커뮤니케이션을 분석한 미국 워싱턴대 캐슬린 펀 뱅크스 교수에 의하면, 유에스 에어웨이는 사건 통보 30분 만에 고객과 언론사가 참고할 수 있는 전담 웹사이트를 열었고, 45분 만에 첫 보도자료, 90분 만에 기자회견을 통해 적극 소통에 나섰다. 본사에 있던 시이오(CEO) 회의실은 즉시 컨트롤타워로 변경했다. 사고 발생 불과 석달 전 이 회사는 100쪽이 넘던 위기관리 매뉴얼을 개선해 위기 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15쪽으로 간소화하고, 사고 한달 전에는 항공기 추락과 같은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피해자 및 언론, 정부 등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치밀한 모의연습을 했다.

셋째, 이 항공사는 위기 후 놀란 탑승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서도 모범을 보여주었다. <비즈니스위크> 기사를 보면, 최고재무책임자의 지휘 아래 탑승객들에게는 당장 잃어버린 소지품 대체 비용으로 5000달러씩이 먼저 지급되었고, 직원들에게는 고객들이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도록 특별 신용카드를 배포했다. 약품과 마른 옷을 지급하고, 잃어버린 운전면허증 없이 집까지 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렌터카 업체와 연계하는 즉각 조처를 했다.

아시아나항공기의 착륙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이뿐 아니라 올해에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놀랄 만한 사건들은 계속 있어왔다. 대기업 임원의 스튜어디스 폭행으로부터 대리점 밀어내기 관행 및 폭언,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횡령과 배임으로 인한 오너의 구속까지….

항공사는 물론이고 우리 기업과 정부가 유에스 에어웨이의 사례로부터 위기관리에 대해 배워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위기관리를 잘하는 조직은 최고 의사결정자를 중심으로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정기적으로 모의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훈련 과정에서 임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유에스 에어웨이 최고경영자인 더그 파커는 ‘허드슨강의 기적’이란 표현을 싫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는 ‘기적’이 아닌 ‘훈련’이 만들어낸 자부심이었기 때문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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