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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안타까운 쌍용차 청문회 / 김기원

등록 :2012-10-03 19:19수정 :2012-10-04 15:35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얼마 전 쌍용차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경영위기에 직면한 쌍용차는 2009년 약 2600명의 고용조정(희망퇴직·정리해고·무급휴직)을 결정했다. 그 후 노조의 77일간 공장 점거와 경찰력에 의한 강제진압이 이어졌고, 지금까지 쌍용차 관련자 20여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리하여 쌍용차 사태는 국회에서까지 다뤄야 할 큰 사회현안이 된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를 종일 지켜본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진압과정상의 무리를 일부 부각시킨 것 외에는 진상을 분명히 드러내지 못했고, 향후 대책은 거의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몇 주요 증인이 출석하지 않은 데도 그 원인이 있었지만, 청문회의 형식과 내용에서 심각한 문제가 존재했던 것이다.

먼저 청문회의 형식을 보자. 청문회(hearings)의 말뜻은 듣기 위한 자리인데, 이번 청문회에선 도대체 증인들에게 말할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경영진이나 회계법인 관계자가 뭔가 설명하려고 하면 의원들이 끊어버리고, 그저 “네 죄는 네가 알렷다”는 식으로 호통치기 일쑤였던 것이다. 질의응답에 시간제한이 있는데다 의원들의 쇼맨십까지 작용했던 탓이리라.

앞으론 각 당에서 대표선수 두어명만 뽑아 전체 5명 정도로 인원을 줄이고, 개별 의원에게 질의응답 시간을 충분히 주었으면 좋겠다. 또 이런 사안에선 회사 대표와 회계법인에 먼저 30분 정도 쟁점을 해명할 수 있게 하거나, 아니면 의원들의 질의응답시간 중 응답시간은 아예 계산에 넣지 말아야 할 듯싶다. 그래야 진상에 접근할 수 있을 게 아닌가.

다음으로 청문회 내용은 어땠나. 어이없게도 제일 중요한 문제, 즉 쫓겨난 종업원들을 어찌할 것인지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공장이 정상 가동되려면 2교대 근무가 이뤄져야 하는데, 1교대도 제대로 되지 않고 매년 1000억원 이상 적자가 나고 있는 현 상황에선 고용을 더 늘리기 힘들다는 회사 쪽 주장을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단계적 고용확대 계획을 비롯해 해직자 재취업 알선 및 심리치유 문제도 깊이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정리해고를 강행하려고 회계를 조작했다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도 입증됐다고 하기 힘들다. 논란거리였던 2007년도와 2008년도의 회계 차이 문제를 보자. 2007년도 회계에선 건물·기계 등의 가치를 ‘취득가액-감가상각’으로 계산했고,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된 2008년도 회계에선 미래 수익성 등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회사 쪽 해명을 뒤엎지 못했던 것이다.

쌍용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차에 대해 ‘먹튀’ 운운하지만, 기본적으로 적자를 벗어날 자신이 없어 한국을 떠났다고 봐야 한다. 흑자라면 왜 손을 털겠는가. 혹시 적자상황에서도 회계조작까지 해야만 한국을 떠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하지만 청문회는 그런 사정을 밝히지 못했다. ‘자산=부채+자본총계’라는 공식조차 이해 못할 만큼 기업을 모르는 의원들이 수두룩한 판에서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안타까운 쌍용차 사태는 한국의 압축적 공업화 과정에서 경영진과 노조, 나아가 사회 전체가 정리해고 문제를 학습할 기회가 부족해서 빚어진 결과다. 게다가 한편으론 사회보장제도의 미비, 다른 한편으론 거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및 중소기업 근로자) 사이의 부당한 격차라는 현실이 존재한다. 쌍용차 청문회 같은 것을 일회성 한풀이 굿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해당 기업에 대한 냉철한 조사와 더불어 한국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그 해법을 따졌어야 했다. 앞으론 이런 안타까운 청문회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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