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길에는 가든, 조갈 나는 퇴근길에는 호프가 많다. 둘 다 정원·마당을 뜻하는데, 이땅에서는 고깃집과 생맥주로 바뀌었다. 몇 해 전 서울과 베를린 두 시가 작은 공원을 교류했다. 그쪽에선 ‘베를린 호프’를 보내 왔다.

세 쪽 벽은 동·서독을 갈랐던 베를린 장벽의 일부다. 흩어짐의 한과 통일의 염원을 새긴 글·그림이 아직 남아 있다. 시 상징인 곰의 몸통에는 남대문과 브란덴부르크문이 그려져 서로를 열어준다. 가로등도 100년 넘은 전통 독일제다. 호프가 유흥이 되는 기묘한 교류 속에서도 베를린은 기억을 코드 삼아 자신을 알뜰하게 마케팅한다.

우리는 어떤가? 근대의 아버지들이 애환을 곰삭히던, 근처의 청진옥·안성또순이·감촌 등이 최근 도심 재개발로 하나하나 문을 닫고 이사 중이다. 우리에겐 베를린 호프가 호프인 서글픈 현실이다.

공공예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