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린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린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는 우리 사회에서 의견이 갈리는 여러 분야의 쟁점을 정리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논쟁 하니(hani)’를 격주로 게재합니다.
첫 주제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 찬반 논란입니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이주노동자 차별과 인권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제도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래서 찬성합니다”

수요∙공급 불균형 해소하려면 정부 차원 ‘돌봄의 사회화’ 필요

이규용 |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결정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따라 조만간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국내로 들어올 전망이다.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도입규모는 100명이며 이후 제도 안착을 위한 방안이 모색될 것이다. 정부의 시범사업 지침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하며, 정부 인증을 받은 서비스 제공기관(사용자)과 외국인근로자(가사관리사)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법 적용을 받으며 최저임금제도 적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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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사각 사적 돌봄, 양질제공 한계
비용·생산성 탓 최저임금 차등 논란도

돌봄서비스 시장은 돌봄서비스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크게 정부가 주도하는 시장과 개인간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적 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로는 사회보험 형태인 노인장기요양과 조세정책에 의한 장애인활동지원, 노인맞춤돌봄, 아이돌보미가 있다. 개인 간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형성되는 돌봄서비스로는 가사∙간병 서비스 시장이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 관점에서 보면 이 시장은 여성화, 고령화라는 인구적 특성, 낮은 임금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조건,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법 제도의 사각지대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다양한 형태로 증가하고 있지만 서비스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합법 혹은 비합법 체류자격으로 돌봄서비스의 주요 노동공급원이 되고 있다. 기존 돌봄노동시장은 결혼이민자와 외국국적 동포에만 허용되어 왔으나 금번 시범사업을 통해 가사 및 아이돌봄 분야에 일할 수 있는 체류자격 유형을 고용허가제로 확대한 것이다. 향후에는 돌봄 영역의 확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체류자격자에게도 문호가 개방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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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서비스 수요자 관점에서 보면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양질의 저렴한 서비스와 돌봄 서비스 종사자의 근로조건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해법이 어려운 이유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과정에도 그러했지만 최저임금제 적용을 둘러싸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최저임금의 차등적용과 최저임금 적용이 되지 않고 있는 사적 시장에서의 외국인 인력 활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가사, 아이돌봄, 요양보호, 간병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돌봄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자가 원하는 돌봄 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서비스 비용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쟁에 대한 해법이 필요한 것은, 지금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업무가 가사와 육아로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 돌봄 분야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고, 돌봄서비스 공급확대는 일가정양립을 통한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출산율 제고, 고령화시대의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적인 방안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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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는 간단치 않다. 차등의 방법으로는 업종간 차등일 것이다. 이 문제는 기존에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져 왔던 쟁점이지만 해법이 쉽지 않음이 현실이다. 특히 가사관리 등 돌봄분야에 종사하는 노동환경을 고려한다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내국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거나 노동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가사관리사제도를 현행방식이 아닌 사용인과 종사자간 당사자 계약으로 한다면 현행 법제도에서는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싱가포르나 홍콩, 대만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식이다. 정부가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임금 가이드라인을 최저임금보다 낮게 설정하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지만 문제는 낮은 가이드라인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가이다. 기존에 이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국적 동포나 결혼이민자를 모두 포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고, 새 제도의 영향을 받는 외국인에게만 적용하게 될 경우 국가별 차별이라는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임금의 차등적용의 논리적 근거는 언어 능력 등 외국인의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에 근거하고 있는데 일견 타당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생산성이 높은 외국인들도 모두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임금 가이드라인은 항상 기준임금이 되어 생산성이 높은 근로자에게도 같이 적용됨이 현실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총 종사기간 동안의 평균생산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양질의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비용 문제를 생산성 제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만에서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그 임금수준이 기존의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다른 분야의 외국인근로자에 준해서 결정되는 것은 임금격차에 따른 문제점들이 있기 떄문일 것이다. 또한 싱가포르나 대만은 외국인 고용부담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사용주의 지불비용은 우리에게 알려진 임금수준보다 높다.

정부, 재정지출 늘려 ‘맞춤 공급’ 확대 땐
경력단절 방지·출산율 제고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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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나 적용제외 방식으로 풀어 가기 보다는 돌봄의 사회화 관점에서 정부의 재정투입 확대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투입되는 많은 예산의 지출효율화를 통해 우선순위를 선정한다면 당연히 돌봄서비스 지출이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2023년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2000년 64만명의 3분의 1을 약간 넘는다. 이 숫자가 함의하는 의미 중 하나는 산술적인 계산을 했을 때 아이돌봄에 대해 국가가 부담해야 할 사회경제적 비용이 줄어들었고 아이돌봄 종사자들의 일거리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정부 재정지출의 확대는 돌봄 수요의 다양화를 통해 돌봄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및 출산율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수요자 맞춤형 다양한 서비스 형태의 서비스 확대와 종사자의 근로조건 개선은 일자리 부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양질의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 재정지출 확대는 쉽지 않겠으나 낮은 임금 및 근로조건에 따른 노동공급의 감소, 다양한 서비스 공급의 제약, 서비스의 질 담보의 어려움, 관련 종사자의 고용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재정지출의 확대를 비용증대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과감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래서 반대합니다”

사람 필요해 쓰지만 돈은 적게? ‘착취 넘어선 수탈’ 초법적 발상

김진석 | 서울여대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지난 3월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글의 요지는 명확하다. 제목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이 글은 우리 사회 돌봄서비스 분야 인력난과 이용자의 비용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며 이에 대한 완화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함을 강조한다. 문제의식에 동의하지만 이 글이 제시하는 대응 방안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글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 완화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쯤에서 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인력난 완화에 외국인 노동자 고용 방안을 고려하자는 제안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활용 방안에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사람이 필요하니 외국인을 데려오지만 돈은 적게 주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가사근로자법’ 형해화
돌봄 핵심인 ‘사람·관계’ 보이지 않아

물론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노동부는 서울시와 손잡고 올해 상반기 이주 가사노동자 100명을 맞벌이 가정 등에 연결해주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시행을 위해 서비스 제공기관 선정까지 마무리한 상태이며, 그 이전에는 또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자는 입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한 상황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한사코 나몰라라해온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인식이 이와 같은 문제적 해법에까지 이른 것이다. 낸시 프레이저는 이를 두고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를 넘어선 수탈로 규정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외국인 돌봄노동자 활용 방안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최저임금 차등적용 관련 사안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의 발표 글은 가구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최저임금 적용대상을 피해가거나, 외국인 돌봄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통해 돌봄서비스 이용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반시대적 행위이거나, 초법적인 발상이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이들의 법적 지위 보장 필요성에 대한 지난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2021년 비로소 제정된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이 법의 보호망 바깥에 두는 방안을 활용하겠다는 것은 겨우 첫걸음을 뗀 가사근로자법을 국가가 나서서 형해화하고, 법 제정 이전의 착취와 폭력이라는 야만의 시대에 이들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몰아넣겠다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돌봄 직종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는 방안 역시 현행법 상 전혀 근거가 없으며, 또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이다.

차별 등 우려에 출산율 효과도 불분명
국내 돌봄인력 현장 유인 정책이 우선

둘째, 외국인 돌봄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의 문제이다. 앞서 언급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아이디어 자체가 차별적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일 뿐만 아니라 돌봄노동 전반에 대한 차별로 진화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본질적으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핵심인 돌봄에서 돌봄노동자 수와 돌봄 비용이라는 숫자만 남은 자리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숫자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우선되는 사회에서 사람은 도구화되고 그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의 침해는 부차화된다.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홍콩과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은 증폭된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방안이 저출산 대책으로 적절한가의 문제이다. 싱가포르나 대만의 사례를 살펴보면 애초에 저출산 대책으로 도입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출산율에 미치는 효과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저출산의 문제는 복합적이다. 그 중에서도 딱 하나의 요인으로 압축하라면 결국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 세대를 살고 있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 그리고 미래 세대가 누리게 될 삶의 질에 대한 전망일 것이다. 어쩌면 나의 일상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돌봄노동자가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 심지어 구조화된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세상이라면, 제3세계 노동자를 수탈함으로써만 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라면, 우리 청년들과 그 다음 세대 청년들은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느낄까?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이런 질문이 생긴다. 우리 사회에 정말 돌봄서비스 인력이 모자란가?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9만명의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이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해볼 지점이 적지 않다. 2019년 현재 자격시험을 통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178만여 명 가운데 실제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44만 명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2021년 건강보험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돌봄노동자 10명 중 8명은 일을 시작한 지 10년 이내에 현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 보유자 중에 허수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언제든 돌봄서비스 노동자가 될 준비가 된 잠재적인 돌봄서비스 인력을 돌봄노동시장으로 유인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돌봄노동시장 현장의 노동자조차도 머물고 싶은 노동현장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먼저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