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미국 대선은 거의 언제나 국내 이슈가 결정해왔다. 미국인들은 일자리, 주택, 식료품 가격 등 자신들의 생계 문제를 주로 따졌다. 테러 우려나 전쟁은 가끔씩만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2024년에는 몇 가지 국제 문제가 미국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를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위협이 그중 하나다. 가자지구의 끔찍한 파괴와 우크라이나인들의 자국 방어 노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11월 대선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유일한 외교 정책 문제는 이민 문제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다. 미국은 자국 태생 시민들이 하지 않으려는 채소 수확, 육류 처리, 노인 간호, 저임금 건설 노동을 위해 이민자들을 매우 필요로 한다. 미국의 현재 실업률은 3.7% 정도로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이민자들을 많이 고용해온 의료 서비스, 조경, 청소, 요식업 분야는 일자리가 많이 비었다. 이런 일자리에 사람이 많이 필요한데도 많은 미국인들은 이민자들이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이민을 줄여야 한다는 미국인들이 2020년에 28%였는데 2023년 6월에는 41%로 늘었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이런 흐름을 쫓고 있다. 그들은 미국 경제가 매우 좋다는 점으로부터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탈시키려고 국경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민자들이 “우리 나라의 피에 독을 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말은 나치나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것과 매우 비슷하다.
공화당 정치인들과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은 국경 문제는 군사적 대응이 필요한 문제라는 프레임을 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무단 월경자가 25만명에 근접했다. 하지만 1월에는 반으로 줄었다. 무단 월경자 증가에는 여러 이유가 작용한다. 지난해 12월 무단 월경자의 5분의 1은 정치적 억압, 경제 쇠락, 범죄 증가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베네수엘라에서 왔다. 니카라과·쿠바·아이티에서도 비슷한 이유들이 사람들을 밖으로 밀어냈다. 니카라과는 2021년부터 쿠바·아이티·세네갈·인도·우즈베키스탄 출신자들에게 비자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는 니카라과 여행사들의 배를 불려줬고, 니카라과 정부는 지도자 다니엘 오르테가의 숙적인 미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희망했다.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의 10%가 니카라과를 거친다.
바이든 행정부는 망명 제도를 엄격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1주일간 일평균 월경자가 5천명을 넘으면 국경을 폐쇄하는 내용도 포함될 수 있다. 바이든은 이민 문제에 강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지지를 얻어내려고 이민 제한을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에 대한 군사 원조와 연계시키려고도 했다. 공화당은 이민 문제 대응이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는 이유로, 또 일부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런 법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미국은 국경 통제에 돈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이런 이민자들이 많이 오는 나라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에 수백만달러를 지원했다. 그 정도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또 미국은 쿠바·니카라과·베네수엘라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독재자들을 돕지 않고서도 무역과 정보 교환 확대 등을 통해 이런 나라들에 사는 사람들을 도울 방법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쿠바와의 화해가 무역을 촉진하고 관광 수입을 창출한 것을 모델로 삼을 수 있다. 이민자들은 미국의 경제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고국으로의 송금을 통해 그들 나라의 성공에 기여한다.
이민자들은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나 그들의 고국에 이민자들은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