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의 횡단보도를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일본 도쿄 시부야의 횡단보도를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야마구치 지로 | 일본 호세이대 법학과 교수

지난 21일 일본 정기국회가 종료됐다. 이번 국회에서는 일본의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뀌는 중요한 법안이 여럿 통과됐다. 방위비를 대폭 늘리기 위한 재원 확보 법안, 원전을 60년 이상 운전할 수 있게 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탈탄소 원전법’이 대표적이다. 이들 정책의 위험성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이번엔 저출산 대책과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정책을 생각해 보려 한다.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핵심 정책이다. 국회에서 아동수당 확대가 결정됐지만, 재원 논의는 미뤄졌다. 외국인 정책과 관련해선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난민 인정 신청이 한층 엄격해졌다. 두 법안은 일본 사회의 급속한 인구 감소라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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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 일본 후생노동성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70년 인구추계를 발표했다. 2020년 1억2600여만명이던 일본 인구가 50년 뒤엔 8700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0%에 이르게 된다. 65살 이상 고령 인구는 38.7%인 3400만명, 생산가능인구는 현재 7500만명에서 4500만명까지 줄어든다. 정부는 저출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30년 전부터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 추계대로 인구가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통계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적인 전망이 한가지 담겨 있다. 일본 인구 중 10%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일본이 경제대국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동남아시아인 등이 기능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농업·수산업과 돌봄노동을 책임져왔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침체하고 여기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는 나라가 아시아에서 늘어나면,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일본에 올 것인가. 또 인구의 10%까지 외국인이 늘어난다면, 외국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사회적 구조를 조속히 정비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그런 인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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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징이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 개정이다. 일본은 오랜 세월 난민 인정에 인색했다. 2021년 기준 난민 인정률을 보면, 영국 63%(인정 1만3703건), 미국 32%(2만590건), 독일 25%(3만8918건)인 데 반해 일본은 0.67%(74건)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난민 인정은 더욱 엄격해졌다. 법 개정에 따라 난민 인정 신청은 원칙적으로 두번으로 제한되며 인정받지 못할 경우 본국으로 송환된다. 일본에 사는 외국 출신자나 인권 변호사들이 이 법에 반대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순수한 일본인’만으로 이 사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도그마가 21세기 일본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이 생각은 보수파의 정체성이다. ‘순수한 일본인’이란 조상 대대로 일본에 살면서 전통적 가족 형태를 따르며 동성애는 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국회에서 성소수자(LGBT)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법안도 통과됐지만, 성소수자 차별 금지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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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을 맹탕으로 만든 것도 자민당의 보수파였다. 성소수자 권리 존중은 인권 문제이면서 사회·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독창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된다면 말이다. 일본 보수파는 ‘순수한 일본인’ 타령을 하며 일본 사회를 소멸시키는 길을 가고 있다.

한가지 희망은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가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젊은 세대는 다양한 사람들이 일본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50년 뒤에도 일본 사회를 지탱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 사회의 구성원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