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바다 방류 설비 시운전을 시작한 1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2차 전국 행동의 날 전국 어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바다 방류 설비 시운전을 시작한 1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2차 전국 행동의 날 전국 어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세상 읽기] 서복경ㅣ더가능연구소 대표

6월12일,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시운전을 시작했다.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 중 “도를 지나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수산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사법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오염수를 ‘핵오염수’라고 표현함으로 인해 (…) 악의적인 괴담을 유포한 민주당 울산시당 인사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를 할 방침”이라는 성명을 냈다. 14일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광우병 괴담의 선동 전문 시위꾼들과 손잡고 국민을 상대로 또 비과학적 괴담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정부와 여당은 임박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 어민 등 이해관계자들의 비판과 우려를 ‘괴담’ 혹은 ‘허위사실’로 낙인찍고 필요하다면 법적 제재도 가할 방침인가 보다. 그런데 이 기준에서 보면, 김기현 여당 대표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박진 외교부 장관 등 현 정부 관계자들의 2021년 생각은 ‘괴담’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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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2021년 4월1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을 전격 발표했다. (…)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된다고 주장하지만, 오염수 성분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고 처리 과정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미흡하여 국제사회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소를 비롯하여 60여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완전한 제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인류와 미래세대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문제이자 해양 생태계의 안전과 수산업계의 생존이 달린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렇기에 과학적 근거와 투명한 절차에 따른 철저한 검증 및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및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 김기현 의원 등 16인 발의, 2021년 4월29일)

지난 1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2차 전국 행동의날 전국 어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지난 1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2차 전국 행동의날 전국 어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방사능 오염수’라고 표현하면 ‘괴담’이 아니고 ‘핵오염수’라고 하면 ‘괴담’이 되는 건가? ‘60여종의 방사성 물질의 완전한 제거가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했던 2021년 김기현 당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생각은 ‘과학적 의견’이고, 2023년 ‘도쿄전력의 오염수 처리가 안전하다고 믿기 어렵다’는 야당이나 시민들의 의견은 ‘비과학적 괴담’인가? 2021년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을 규탄했던 것은 괴담이 아니고 2023년 규탄을 하면 괴담이 되는 건가? 대체 정부와 여당의 ‘괴담’ 기준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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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사이 도쿄전력의 오염수 처리 기술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는 근거는 없다. 정부와 여당은 7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객관적 근거가 마련될 것’이고 그 전에 이런저런 비판을 하는 것은 ‘괴담’이나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보는 모양이지만, 이런 관점이라면 국제원자력기구 최종보고서가 언제 나올지도 알 수 없었던 2021년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의안이야말로 ‘괴담’ 아닌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이후 일본 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투명한 절차에 따른 철저한 검증 및 안전성 확보’를 했는지에 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김기현 당대표 등이 2년 전과 달리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사능 오염수’ 처리를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게 됐다면, 국회나 언론 인터뷰 등 다양한 공간에서 근거를 들어 야당과 시민들을 설득할 일이지, ‘괴담’이나 ‘허위사실’로 낙인찍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흥분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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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논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국내외 과학자들의 관련 주장 자체가 다양하고 갈등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결론에 이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사회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우세한 상황에서 한국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

괴상하고 이상야릇한 이야기. ‘괴담’의 사전적 정의다. 오염수 처리 및 방류의 안정성과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 무엇 하나 분명한 것이 없는데, 먼저 나서 ‘괴담’과 ‘허위사실’을 재단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이야기가 내 귀에는 훨씬 ‘괴담’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