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설.칼럼칼럼

‘금융시장 혼란’ 강원도에 엄정한 책임 물어야

등록 :2022-10-31 18:49수정 :2022-11-01 02:38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고] 황성 | 전 한국은행 국장

최근 우리나라 신용시장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장단기 금리가 급등하고 신용증권 발행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한국은행은 빠른 속도로 긴축적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부동산 피에프(PF) 대출 부실 우려가 대두되면서 신용시장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9월 말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강원도가 지급을 거절하는 바람에 신용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런 신용시장 경색은 필자에게 자연스럽게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의 마비됐던 기업어음(CP) 시장과 회사채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국은행 시장운영팀에서 근무하며 신용시장의 경색이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은행채를 한국은행 공개시장 운영 대상 증권으로 삼고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만드는 데 일조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오랫동안 금융시장을 지켜봐온 필자에게 당시와는 다른 현재 상황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는 2008년에는 리먼브러더스와 관련된 정보가 부족해 신용시장이 경색됐다면, 지금은 은행채와 한전채의 대규모 발행이 유동성을 빨아들이면서 신용시장 위축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고, 한전은 적자에 따른 유동성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한전채를 대거 발행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은행이야 자기신용이 탄탄하기 때문에 충분히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도 14조원 넘는 적자를 낸 한전이 어떻게 대규모의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을까? 이는 한전채 신용등급이 국채 다음가는 AAA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적자가 심각한데도 AAA를 유지한다는 것은 기업평가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10월28일 기준 한전채 3년물 유통 금리는 5.64%인데, 이는 동일 만기 A+등급 회사채 금리(5.69%)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한전채 신용등급을 사실상 A+등급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전채 신용등급은 여전히 AAA여서 투자자로서는 높은 투자수익(동일 신용등급의 공공기관 발행 채권의 유통 금리가 5.2%대 수준이다)을 누리면서도 높은 신용등급 덕에 투자 실패 가능성에 따른 문책도 피할 수 있어 한전채 매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전 신용등급을 현재의 재무 상황과 시장 평가에 부합하도록 재조정한다면 한전채 발행 물량이 축소되면서 자연스럽게 자금이 우량등급 회사채로 흘러들어 갈 것이다. 아울러 현재 신용평가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데 미비점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2008년 당시 신용 경색 트리거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였다면,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라는 점이다. 지급보증 채무불이행으로 강원도는 2050억원(ABCP 금액) 이익을 볼 수 있을지 모르나, 그 결과 금리가 20~30bp 오르면서 금융기관에는 14조~21조원(2021년 6월 말 현재 채권 발행 잔액 2382조원, 평균 듀레이션 3년 가정) 규모의 손실을 안겨줬다. 게다가 다른 공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가스공사(AAA)와 인천도시공사(AA+)가 투자자를 찾지 못해 채권을 제대로 발행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또한 한국은행 통화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실물경제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그 긴축의 정도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데, 강원도발 신용 경색은 현재 통화정책 기조와 맞물려 실물경제를 경착륙의 늪으로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신용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와 ‘50조원+α’ 규모 유동성 공급에 합의했는데, 이는 현재 통화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상당한 규모의 발권력 동원도 필요해 통화정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강원도의 지급보증 채무불이행 선언은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데도 이에 제대로 책임을 묻자는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금융시장 신뢰를 훼손한 책임을 물어 채권 발행 금지, 지급보증 제한 등 강원도를 금융시장에서 일정 기간 퇴출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 맞는 신용평가제도 유지와 계약의 이행은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금융의 근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광고

광고

광고

사설.칼럼 많이 보는 기사

윤 대통령은 ‘왕’이 되고 싶은 건가 - 눈 떠보니 후진국 4 1.

윤 대통령은 ‘왕’이 되고 싶은 건가 - 눈 떠보니 후진국 4

[헬로, 블록체인] 비트코인 사망선고와 반감기 2.

[헬로, 블록체인] 비트코인 사망선고와 반감기

[6411의 목소리] 나는 성매매 경험 당사자다 3.

[6411의 목소리] 나는 성매매 경험 당사자다

여가부는 실세들의 축구공? 4.

여가부는 실세들의 축구공?

[아침햇발] 김건희는 치외법권인가 / 손원제 5.

[아침햇발] 김건희는 치외법권인가 / 손원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한겨레 데이터베이스 | 뉴스그래픽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탐사보도 | 서울&
스페셜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사업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