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오는 24일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기후재난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오는 24일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기후재난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범선 | 가수·밴드 ‘양반들’ 리더

이대로는 다 죽게 생겼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사람이 홍수에 휩쓸려 간다. 맨홀에 빠져 익사한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 빼러 갔다가 실종된다. 기후위기는 더는 먼 나라 남의 일이 아니다. 북극곰의 불쌍한 미래가 아니다. 지금 당장 우리의 현실이다. 누구든 언제나 죽을 수 있다. ‘역대급’ 태풍 힌남노 앞에서 나는 황망하고 무력했다. 앞으로는 ‘역대급’이 매년 역대급으로 많아질 것이다.

물난리 전에는 불난리가 있었다. 올봄 삼척, 울진 지역에서 역대급 산불이 났다. 그때도 사람이 죽었다. 80대 여성이 대피 중 넘어져서 숨졌고 소방관이 과로사했다. 기후재난의 피해는 불평등하다. 사회적 약자가 훨씬 더 취약하다. 북반구보다 남반구, 고층빌딩보다 반지하가 위험하다. 유럽과 중국에서 가뭄으로 사라진 물이 파키스탄에 폭탄처럼 퍼부었다.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콜레라, 말라리아, 설사, 뎅기열 등이 창궐했다. 사망자는 이미 1500명을 넘겼다. 전세계 온실가스의 1%도 배출하지 않는 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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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원인도 결과도 정의롭지 못하다. 제일 잘못한 이들이 제일 안녕하다. 화석연료 산업은 여전히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공장식 축산업 역시 왕성하다. 한국인은 중국 탓하기를 좋아하지만, 사실 인구당 탄소배출량은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캐나다 다음 한국이다. 총량은 중국, 인도 등이 더 많긴 해도 한국이 뭐라 할 처지는 아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을 자축할 뿐 그에 부합하는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 있는 석탄발전소를 없애도 모자랄 판에 새로 짓는다. 역대급 산불이 났던 바로 그 삼척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국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전력은 탈석탄을 선언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각각 자와 9, 10호와 붕앙 2호를 짓는다. 도저히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채택하고 그린뉴딜을 하는 국가의 모습이라고 보기 힘들다.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도 담배 사러 가는 꼴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한갑쯤 더 피워도 바로 안 죽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의 결정권자들이 안일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대부분 나이 많은 할아버지 아니면 아저씨다. 기후위기가 여전히 미래세대 문제일 뿐이다. 기껏해야 자식, 손주를 위해 선심 쓰는 차원이다. 본인까지는 그래도 누릴 것 다 누리다 갈 수 있다고 믿는다. 탄소배출 절감을 논하면서 스테이크는 썰어야겠다. 둘째, 기업 입김이 세다. 한전이 계속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은 어차피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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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도 죽지 않는다. 죽는 건 우리다. 젊고 힘없는 우리다. 나는 솔직히 산불에 타 죽거나 홍수에 빠져 죽을 걱정을 하지 않는다. 가뭄에 말라 죽거나 폭설에 얼어 죽지도 않을 거다. 그보다 실질적인 위협은 사회붕괴다. 파키스탄 같은 나라가 많아지면 기아와 난민 문제가 커진다. 이상기후로 흉작이 늘어나면 식량안보가 위태롭다. 우크라이나 전쟁만으로도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나. 코로나는 예고편일 뿐이다. 기후생태위기라는 본편이 해일처럼 몰려온다. 내년에는 어떤 ‘역대급’이 올지 두렵다. 산업문명이 지난 250년간 쌓은 죽임의 업보가 우리를 옥죈다.

근데 이거 좀 억울하다. 책임져야 할 이들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우리와 미래세대의 삶을 담보로 지금도 돈을 번다. 우리는 그저 살고 싶다. 살려면 정부를 바꿔서 기업을 멈춰야 한다. 그러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일단 모이자. 억울한 이들이 한바탕 어울려 소리치면 그래도 살맛이 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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