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지난 두주 동안 다섯차례의 국제 웨비나(웹과 세미나의 합성어)에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주제는 모두 미-중 대결이었다. 두 나라 관계가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불신의 골은 깊고 타협의 접점을 찾기가 극히 어렵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었다.

미국 쪽 인사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 ‘3시(C) 정책’, 즉 협력(cooperation), 경쟁(competition), 대결(confrontation)을 동시에 유연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후변화, 전염병,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북한 핵 문제 등에서는 협력하지만, 무역과 기술 분야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지정학과 가치 이슈 관련해서는 양보 없는 대결을 주축으로 전임자보다 유연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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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쪽 인사들은 반문했다. 베이징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영토와 주권, 즉 지정학적 쟁점과 가치 문제에 대해 워싱턴이 대결적 태도를 보인다면 다른 주제에서 협력의 공간을 확대해나가거나 건설적인 경쟁을 벌이는 일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대만, 남중국해, 홍콩, 위구르 문제에서 미국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양쪽의 협력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경쟁은 또 다른 갈등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미래 구상에 대한 양쪽의 시각 차이도 극과 극을 달렸다. 2035년까지 강군몽,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몽을 실현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구상이 초점이었다. 이를 두고 미국 쪽 인사들은 중국이 2035년까지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지역 패권을, 2049년까지 세계 패권을 구축하려는 야망이라고 해석했다. 기실 이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줄곧 제기되었던 관점이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런 인식이 계승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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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쪽 인사들의 반론은 거셌다. 1954년 저우언라이의 ‘평화 5원칙’ 발표 이후 중국은 반패권주의로 일관해왔으며, 지금도 지역 또는 세계 패권에 어떤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어느 국가와도 군사동맹을 맺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강군몽은 2035년까지 낙후된 중국군을 자강능력을 갖춘 군대로 발전시키고, 중국몽은 개발도상 단계의 사회주의 중국을 2049년까지 선진국으로 진입시키자는 시진핑 주석의 미래 비전일 뿐, 패권과는 무관하다는 역설이다.

가장 민감한 쟁점은 중국의 자유화 문제였다. 1979년 이후 워싱턴의 대중 관여정책은 개혁·개방의 촉진을 통해 중국의 정치적 자유화를 기대했던 것이나, 시진핑 주석 취임 이래 중국이 독재정치로 역행하면서 이 정책은 실패했다는 게 대부분 미국 쪽 인사들의 관점이었다. 따라서 이전의 관여·협력의 대중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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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쪽 인사들의 반응은 단호했다. 베이징은 워싱턴의 관여정책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치적 자유화를 약속한 적이 없을뿐더러, 미국식 민주주의는 인구 14억을 보유한 중국의 정치 토양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가치의 다양성과 중국적 특수성을 부인하는 미국의 가치 수렴론에 동의할 수 없으며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을 흔들어 중국의 분열과 퇴보를 조장하려는 계책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제 겨우 개혁·개방 40년, 경제적 부상 10년을 지나고 있는 중국에 그러한 요구는 무리라고 토를 달기도 했다.

양국은 왜 이런 첨예한 대립 구도로 치닫는 것일까?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 폴 히어는 ‘전략적 피해망상증’(strategic paranoia)이라는 말로 이를 설명한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공포를 지나치게 과대포장하고, 중국은 거의 히스테리에 가까운 공격적 방어로 이에 대응함으로써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모두에 만연해 있는 오만, 불안, 무지, 불신이 빚어낸 결과다. 여기에 반중·반미의 대중정서와 험악한 국내정치 지형이 연동되면서 양자 관계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싸움에 일방적 승자는 없다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의 포위와 봉쇄에 쉽게 굴복할 리 없고, 미국 역시 중국의 반사적 저항 때문에 지금의 노선을 포기할 리 만무해 보인다. 그러나 둘 사이의 갈등이 군사적 충돌이나 장기적인 신냉전의 수렁으로 빠져든다면, 그 피해는 양국뿐 아니라 이 지역, 그리고 온 세계로 번져나갈 것이다. 고질적 피해망상에서 벗어나 전략적 공감대를 구축하고 공생, 공존, 공진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이야말로 모두에게 ‘윈윈’의 결과를 가져오는 가장 이상적 선택일 것이다.

세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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