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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칼럼

노동자 입을 막는 노동존중사회

등록 :2021-10-11 04:59수정 :2021-10-1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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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110만 노동자가 참여하는 총파업을 선포했다. 언론이 전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무관심하거나 ‘지금?’ ‘왜 또?’와 같은 당혹스러움이다. 무려 총파업을 선포하는 마당에 그동안 민주노총은 또 왜 이리 조용했을까? 왜 ‘갑자기’ 총파업인가? 코로나19와의 겨루기가 1년 반 넘도록 힘겹게 이어지는 상황에 지친 시민들이 민주노총의 총파업 예고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물음이다.

그런데 과연 ‘갑자기 총파업’인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온 나라를 덮친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삶은 지속되었다. 그 와중에 세상의 한 귀퉁이 고층아파트 외벽에서 일하던 청소 노동자가, 조선소에서 일하던 용접 노동자가, 고객의 세탁기를 설치하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자동문을 수리하던 공장 노동자가, 그 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고단한 삶을 멈추었다. 그리고 광주 학동 건물 참사 등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했다.

위의 사례들 모두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추운 겨울날 산업재해 피해자와 유족의 단식농성, 그리고 이를 응원하는 10만명 넘는 노동자·시민의 힘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뒤 벌어진 일들이다. ‘기업이 빠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과 이후 예고된 시행령의 문제점에 대해 노동자와 시민들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부는 반응하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사회적 위기 속에서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공적 재원을 기업에 지원할 때 기업의 생존과 함께 노동자의 생존을 도모하라는, 노동계의 총고용 유지 및 해고금지 요구를 정부와 기업은 사실상 외면해왔다. 또한 정부는 팬데믹 대응을 위한 한국형 뉴딜이라는 수사와 함께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휴먼 뉴딜을 내세웠지만, 정작 휴먼 뉴딜에 노동자와 시민의 삶을 책임질 돌봄과 소득 보장은 그저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끼워넣는 데 그쳤다.

지속되는 방역조치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매출과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생계를 보장하려면 전국민고용보험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정부는 ‘2025년 도입 로드맵’을 꺼내놓을 정도로 느긋했다. 팬데믹 시대에 ‘아프면 쉬라’는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상병수당과 유급병가 등의 제도적 장치가 당장 도입되어야 함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그 요구의 긴박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보호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부터 지금까지 방역의 최일선을 온몸으로 지켜온 것은 보건의료 분야의 노동자들이었다. 부족한 인프라와 인력난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헌신을 갈아넣을 것을 강요받는 방역 현장에서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공의료 인프라와 보건의료인력의 확충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최근 발표한 2022년 정부 예산에 공공의료 예산은 놀랍게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의 대응은 일관되게 절망적이었다. 재계와 보수언론의 집요한 공세가 이어지긴 했으나, 결국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최저임금 1만원 약속을 깬 것은 정부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는 약속 또한 정부의 무원칙한 대응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형해화됐다. 정부가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출범을 약속한 사회서비스원 관련 법은 집권 4년차인 지난 8월 겨우 국회를 통과했으나, 이미 그 취지가 크게 훼손된 상태였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도, 그 이후에도 자신과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침묵한 것은 국가였다. 아니, 침묵에 그치지 않았다. 국제 노동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빌미 삼아 노동자의 입에 선택적으로 재갈을 물리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현실에서 노동자가 거리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 하겠다. 문재인 정부는 한때 노동존중사회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라도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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